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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절대신비 Apr 04. 2024

구원

살아라, 살아 있어라

저기 산 정상에

한 그루 나무 있다.

 

그 어디에도 기대지 않고

오로지 땅과 대기, 태양에 제 몸 의탁한다.

 

그러므로 홀로 있지만

홀로 있지 않다.

 

땅은 뿌리 꽉 붙들고 있고

태양은 저 높은 곳에서

화살처럼 빛 흠뻑 쏟아부어 준다.

 

대기는 제 거대한 몸으로 나무 감싸 안고

아예 지구 둥그렇게 보듬는다.

 

변덕스러운 바람은 자주 존재론적 질문 해댄다.

때로 구름도 죽음 던지며 살아갈 이유 묻는다.

 

새와 벌레들은 이파리와 줄기 붙들고

“살아라! 살아라!” 한다.

 

저마다 구원자다.

나무는 구원에 둘러싸여 있다.

 

생이 온통 구원이다.

그리하여 떳떳하다.

 

떳떳하다는 것은 굽힐 것 없고

거칠 것 없다는 뜻이다.

 

단순하고 담백하게 제 갈 길 간다는 뜻이다.

제 존재 0이 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장면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

지구에 장엄한 나무 한 그루 서 있는 장면.

사유의 스케일 최대한 키워

우주에 나무 한 그루 그릴 수도 있다.


각자 머릿속에 나무 한 그루 심기 바란다.

나무 되길 바란다.

우리는 모두 존재 그 자체로 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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