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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Jun 09. 2022

마음은 말처럼 쉽지 않다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의 삽입곡 ‘일종의 고백’ 중에서

나는 되도록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부분의 나의 ‘말’은 나의 ‘생각’보다 번지르르하다. 속이 빈 선물상자처럼 포장지를 풀어버리면 쓸데없는 것만 남긴다. 동의하지 않지만 분위기를 맞춰준다고 맞장구를 쳐 줄 때도 있고 내 생각이 너무 적나라해서 말로서 감추기도 한다. 나는 나의 ‘말’ 속에서 스스로를 말로 포장해 보고 싶은 허영을 느낀다.      


나의 ‘말’ 속에서 허영을 느끼는 이유는 내가 실제로 내가 말하는 대로 살고 있지 않고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말’과 나의 ‘실제 모습’ 간의 그 간격을 나는 속이 빈 충전제 같은 ‘말’로 채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을 많이 한 날은 머리가 아프다. 육체적 노동보다 더 피곤함을 느낀다.      


모든 나의 ‘말’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충전제나 포장지가 없는 투박하고 못생긴 ‘말’은 오히려 나의 ‘생각’과 ‘행동’을 지지해 주고 격려해 준다. 나의 거칠고 생고기 같은 ‘말’을 들어줄 상대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은 소중하다.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의 삽입곡 ‘일종의 고백’ 중에서     


 ‘사랑은 언제나 늘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또 마음은 말처럼 늘 쉽지 않았던 시절 나는 가끔씩 이를테면 계절 같은 것에 취해 나를 속이며 순간의 진심 같은 말로 사랑한다고 널 사랑한다고 나는 너를 또 어떤 날에는 누구라도 상관없으니 나를 좀 안아줬으면 다 사라져 버릴 말이라도 사랑한다고 날 사랑한다고 서로 다른 마음은 어디로든 다시 흘러갈 테니 마음은 말처럼 늘 쉽지 않았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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