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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Jun 16. 2022

길이 난 곳에서 벗어나 헤맨다는 것은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 서문 중에서

쓸어도 쓸려지지 않는 젖은 나뭇잎처럼 붙어있자며 농담 아닌 농담을 하며 다니던 직장도, 아이들 학교며 회사와의 거리 등을 고려하여 고민 고민 끝에 장만한 집도 괜한 걱정과 수고가 되었다. 나는 지금 남편의 근무지에 따라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어디서 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마음 한편에 여전히 있다.      


남편을 따라나서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지쳐있었다. 홀로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에 몸이 지쳐있었고 직장 일에 의미를 찾지 못해 마음이 지쳐있었다. 내 인생에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었는데 나는 여전히 철 지난 옷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길을 가보자고 생각했다.      


지금 나는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어떤 길인지 잘 모르겠다.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 승진한 전 동료들의 소식을 들으면 내가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인가 하고 머뭇거리게 되고 40 중반에 들어선 경력단절의 나 자신을 돌아보면 내 길은 막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 온다. 그런데 남편을 따라다니며 한 가지 배운 것은 있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고 내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 너무 먼 미래의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현재에 충실하고 최선의 결정을 하기를 바라며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저런 걱정을 다시 밀어 넣는다.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 서문 중에서     


길이 난 곳에서 벗어나 헤맨다는 것은 대단한 방법론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은 색다른 광경을 즐길 가능성을 만들어주며 그러한 광경이 가장 큰 의미를 드러낼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문화적 역사가 왜 이상한 것을 회피하고 평균적인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의미의 평균치를 계산한다거나 여러 상징을 그 최소 공약수로 환원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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