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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Jun 30. 2022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미셸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중에서

유치원 등원 길에서 아이가 말했다. ‘저기 우리 반 친구예요!’ 나는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같은 머리스타일에 같은 옷을 입은 쌍둥이 남자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가고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쌍둥이 아이들을 구분할 수 있냐고 물었고 아이는 서로 다르게 생겼다고 말했다. 내가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보자 아이가 쌍둥이 중 한 아이의 눈을 묘사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기에 아마도 눈을 가장 주의 깊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방금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눈이에요.” 나는 아이에게 조금 더 설명을 요청했다. 

“눈은 어두운 느낌이에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고 어두운 느낌의 눈이라…. 나는 아이의 묘사에 웃음이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아이의 묘사를 토대로 그 아이의 눈을 상상해 보았다. 방금 일어난 눈이니까 눈두덩이가 좀 부은 듯한 눈일 것 같고 어둡다는 표현에서 큰 눈을 가진 아이는 아닐 것이라고 상상했다. 며칠 뒤 유치원 참관수업에 가게 되었다. 나는 거기서 쌍둥이 남자아이 둘을 보았다. 그중 아이가 묘사했던 남자아이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내 상상대로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가늘고 작으며 눈 두 덩이가 두툼한 눈. 


그 뒤로 나는 종종 아이에게 반 친구들의 생김새를 알려달라고 한다. 아이의 표현을 듣고 그 아이를 상상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아이가 바라보는 세계를 공유하는 것 같아 뭔가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미셸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중에서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관찰은 수동적으로 보는 행위와 다르다.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정보를 활용하며, 위대한 통찰은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 즉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곤충학자 칼 폰 프리시는 자신의 관찰능력이란 대단한 것은 아니고 단지 움직이지 않고 돌 틈에 몇 시간 동안 누운 채로 생물을 끈질기게 주시하는 힘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행인들이 무신경하게 못 보고 지나치는 순간, 세계는 참을성 많은 관찰자에게 그 놀라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벌이 추는 춤을 언어로 보고 해독한 성과 역시 그가 가진 관찰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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