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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Jul 07. 2022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항상 베일에 가린 법이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그래서, 그때와 비교해서 지금은 더 나아졌나요?”

나의 모호하고 불확실한 말이 이해가 안 되었든지 마음에 안 들었든지 단답형의 명료한 대답을 원하는 질문이 나에게 던져졌다. 

“글쎄요.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은 자신의 질문과 나의 대답에 모든 해답이 있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전과 비교해서 더 나아진 것이 아니면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내내 그 말이 생각났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나는 내 나름대로 솔직하게 나의 혼란한 상태를 말했는데 자신이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렇게 단순화시켜버린 것이 화가 났고 마음대로 나의 상태가 판단되어진 것이 억울했다.     

 

단순함, 명료함, 확실성, 구체성… 뭐 이런 말들은 긍정적인 것이고 복잡함, 모호함, 불확실, 추상적, 모호성… 같은 말들은 부정적인 것으로 취급되어야 하는 것인가. 무엇인가를 단순하고 명료하게 정의 내릴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단순함과 명료함은 모호함과 불확실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 과정을 거치지 않은 단순함과 명료함은 알맹이가 아닌 껍데기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항상 베일에 가린 법이다. 결혼을 원하는 처녀는 자기도 전혀 모르는 것을 갈망하는 것이다. 명예를 추구하는 청년은 명예가 무엇인지 결코 모른다. 우리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항상 철저한 미지의 그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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