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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Nov 24. 2022

열심히 책을 읽으며

멜리 올리버의 ‘긴 호흡’ 중에서

매주 금요일은 나만의 주간행사가 있는 날이다. 가장 신나고 기대되는 행사. 도서관에 가는 날이다. 한 주 동안 읽은 책을 반납하고 한 주 동안 읽을 책을 골라서 나온다. 어쩌다 금요일이 되기도 전에 책을 다 읽어버리면 허전함에 난감하기도 하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일종의 취미이고 습관이었다. 직장 생활할 때에도 항상 가방에 책을 넣어 다니며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읽었었다. 딱히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읽지는 않았다. 선호하는 장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왔을 때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도서관에서 마음껏 책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예전처럼 틈틈이 책을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의미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나쁜 독서습관도 알게 되었다. 먼저는, 한 권을 다 읽고 다른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여러 권을 돌려가며 읽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책을 빨리 읽는다는 것이다. 


글을 충분히 음미하고 씹고 소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글을 통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읽으면 이렇게 된다, 저렇게 된다 하는 말들은 들어 알고는 있지만 누군가 나에게 글을 읽고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무엇이 좋은가요?라고 물어본다면, 뭐 할 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궁색하다. 그래서 나는 글을 좀 더 천천히, 한 권씩, 정성 들여 읽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멜리 올리버의 ‘긴 호흡’ 중에서     


 나는 열심히 책을 읽으며 기술을 연마하고 확실성을 얻어갔다. 나는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해 헤엄치는 것처럼 읽었다. 그리고 그렇게 글을 썼다.  (중략)   


나는 언어를 자기 기술(記述)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나를 지나가는 문―천 개의 열린 문들!―이라고 생각했다. 주목하고, 사색하고, 찬양하고, 그리고, 그리하여, 힘을 갖는 수단으로 생각했다.

책 속에는 진실, 용기, 온갖 종류의 열정이 들어 있었다. 내 개인적 세계의 잔물결 이는 개울에서는 맑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감정이 흐르지 않았다―정말이지 슬픈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와 시에서 속박되지 않은 건강한 열정을 발견했다. 그렇다고 그런 감정들이 내가 읽은 모든 책의 가장 명료하고 맛깔나는 서술에서 항상 발견되었던 건 아니고, 심지어 흔히 발견되지도 않았다. 전혀! 나는 거기에 어떤 기술이, 그리고 끈기가 요구되는지 보았다. 척추를 굴렁쇠처럼 구부리고 책을 들여다봐야 하는 긴 노동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조금 하는 것, 진정한 노력이라는 구원적 행위의 차이를 보았다. 읽고, 그다음엔 쓰고, 그다음에 잘 쓰기를 열망하는 것, 그 가장 즐거운 환경(일에 대한 열정)이 내 안에서 형태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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