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바오출판사

by 하경철

뒷 이야기, 숨겨지거나 감추어진 이야기는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역사적으로 큰 업적과 자취를 남긴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서라면 더욱더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칼뱅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역사 교과서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인물이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의 교리를 확립하는데 큰 기여를 한 인물이며 그의 교리와 사상은 미국의 청교도, 영국의 장로교로 이어진다.


이 선구자적이고 위대한 인물에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는 흠집을 내기로 작정했다. 그 수단은 ‘카스텔리오’라는 사람이다. 카스텔리오는 지나치게 독선적인 칼뱅의 개혁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 사람이다. ‘코끼리 앞의 모기’- 칼뱅에 도전한 카스텔리오의 글의 제목을 보아도 짐작할 수 있듯이 절대적이고 강력한 칼뱅의 성서정치에 도전하여 목소리를 낸 그의 용기와 지성에 저자는 끊임없는 찬사와 경의를 표한다. 칼뱅에 대한 비판과 카스텔리오에 대한 칭찬은 그림으로 남겨진 그 두 사람을 묘사한 장면에서 여과 없이 보이는데 이는 역사적 인물을 서술하는 전기작가로서의 작가에 대한 비판(역사적 인물에 대한 지나친 감정이입)을 수긍하게 만든다.

“모든 독재정치는 하나의 이념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모든 이념은 그것을 실현하는 인간에게서 비로소 행태와 색깔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정신적 창조물인 칼뱅의 교리는 그 창조자의 모습과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선의도 위안도 나이도 보이지 않는 금욕주의자, 깡마르고 기다란 타원형 얼굴에 깃든 어떠한 모습도 모두 딱딱하고 추악하고 역겹고 조화가 없다… 깊이 가라앉은, 메마른 잿빛 피부에 따뜻한 살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바싹 야위고 살집도 색깔도 없는 손, 차갑고 뼈마디가 불거져 나온 손, 독수리 발톱처럼 한 번 거머쥔 것은 강하고 욕심스러운 뼈마디로 꽉 움켜쥘 것 같은 손….”

이쯤 되면 슈테판 츠바이크가 칼뱅에 대한 무슨 악감정이라도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간다. 그는 진심으로 칼뱅을 미워하는 것 같다. 독재자, 광신도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칼뱅은 자신만이 하나님의 말씀을 분명하게 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해석을 폭군처럼 막아버린다. 인간에게는 절대로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밝은 양심으로 이 세상을 돌아다닐 권리가 없기에 인간은 끊임없이 ‘주님의 공포’ 속에 머물러 있어야 하고, 겸손하게 몸을 굽히고 자신이 구원받을 길 없이 부족하다는 감정 속에서 부서져가야 할 존재인 것으로 생각했다. 제네바에서는 엄격한 교회규율이 생겨나고 그것은 교회를 넘어 사회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그 와중에 칼뱅의 간교로 이단자로 몰린 세르베투스가 산 채로 불에 태워지는 형에 처하고 그것이 카스테리오르 더 이상 침묵하지 못하게 만든다.


당시 카스텔리오의 책은 대부분 태워져서 남아있지 않기에 작가는 카스텔리오의 행동의 동기에 더 주목하고 그 동기의 원인을 칼뱅에게서 찾고 그를 더욱더 신랄하게 비판한다. 중립적이지 않은 묘사와 지나치게 감정이 이입된 듯한 작가의 글은 두 대비된 사람과 사건을 통해 더욱더 강조되고 그것은 독자로 하여금 몰입하고 집중하게 만든다. 잊힌 사람 카스텔리오를 시대가 똑똑히 기억하는 칼뱅과 대등한 위치에서 주목하게 하는 작가의 글은 역사소설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이 글은 허구와 사실이 공존하고 진실과 거짓이 섞여 있으며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사실과 견해가 뒤죽박죽인 듯하다. 그러나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이란 단순한 것이 아니며 단편적인 것이 아님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으며 어떤 사실에도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음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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