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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일기 (또 다른 복병)

by 이철규미동이 Mar 13. 2025

"제발 밤에는 잠 좀 잡시다!"

"힘들어도 좀 참고요."

낮에는 얼마든지 해 드릴 테니깐"

비몽사몽간에 욱하고  치솟는다.

"낮에 안 자고 뭐했노. 낮잠 자더먼!"

모친은 낮에 누운 것이 낮잠이라 생각한다.

간병레이더는 누워도  24시간 가동임을

모르시나 보다.


 방문간호사 왕진하여 소변줄을 달았다.

소변줄 없을 때는 스스로 좌우 돌아눕던 일이

소변줄 달자 돌아눕기가 힘드시다고.

왼쪽으로 눕혀라. 오른쪽으로 돌려라.

외려 전보다 요구가 많아졌다.

간병이 수월해지나 했더먼  복병이 있을 줄이야.


새벽 2시경. 비몽사몽 간에 한 마디 쏘아붙였다.

서운함이 말속에 있었나 보다.

긴병에 효자 없고 긴 병시중에 감정이입 될 수밖에.

가시 돋친 말이 효과가 있었던 것인가.

이후로 잠잠. 고요함 속에 시계초침만

어둠 속에 벨이 울리듯 시공을 흔든다.

동틀 무렵까지 단잠을 청할 수 있었다.


24시. 낮 12시간, 밤 12시간.

낮과 밤은 밝고 어둠이 차이인데,

느끼는 감이 천양지차다.

아마 몸속에 각인된 생체시계 영향이리라.

 부시럭소리에 단잠이 깬다.

스스로 진통제며 영양음료도 드셨나 보다.

깊은 숙면이 레이다가 번아웃 되었나 보다.

기계도 과부하되면 오작동일 듯

인간도 매양이다.


孝道.

요구사항을 일거수일투족 올인하다 보면

간병가족이 먼저 歸天 할 수도 있다.

부모자식이라지만 상황 따라 적절히

대처하는 노하우가 필요하지 않을까.


긴병에 효자 없다 했다.

시대 또한 변했다.

시의적절한 처신 만이 환자도 간병인도

호흡조절할 수  있으리라.


오늘도 부모은중경 되뇌이며
간병일기를 쓴다.
먼먼 훗날, 추억 장을 뒤적이며
입가에 웃고픈 날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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