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겁결에 한 살을 더 먹고 말았다. 우리 나이로 하면 일흔다섯, 호적으로 하면 일흔셋이다.
작년 연말에 119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간 적이 있다. 처치를 받고 기본적인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데 전광판에 내 이름이 떠 있고 그 옆에 72라는 숫자가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내 나이를 잊고 산 것은 아닌데, 아주 원천적 내용의 그 글씨가 왜 그리 낯설어 보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내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나를 안쓰럽게 생각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하루를 보내는 게 너무 힘이 든다. 어느 한날 이마에 주름 잡히지 않은 날이 없다. 이 나이를 먹으면 입이 있어도 함부로 열 수가 없다. 입을 여는 순간 참담해지기 때문이다.
뭔가를 끄적이고 싶었는데, 징징거리게 될 것 같아서 참고 또 참았다. 할 이야기도 자꾸 줄어든다.
그래도 쓰기로 했다. 무슨 말을 하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른다. 우선, 늙은 내 가슴을 열어 보이고 싶다. 위안을 얻으려는 것은 아니다. 진심일지라도 연민(憐憫) 같은 것은 싫다.
얼마나 오래 쓸지도 장담할 수 없다.
써야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품고 있었다.
2023. 01. 12. 늦은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