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내가 먹을 밥상을 차려주고 곁에 앉아 있던 아내가 무심코 한마디 한다. “미쳤어! 정말.”
아내는 배란다 난간에 맺혀 있는 빗방울을 보고 있었다. 엄동이어야 할 1월 중순에 뜬금없이 내리는 비를 향해 하는 소리다. 겨울에 내리는 비가 싫을 이유는 없다. 단지 쉽고 익숙한 상식이 무너진 것에 대한 아쉬움일 것이다.
겨울이라면 으레 손을 호오하고 불어야 하고 이런 식으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 같은 것은 늦봄에 내다보고 앉아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는 믿음일 것이다.
어제는 아내가 냉장고를 열어보더니 “아이스크림이 다 떨어졌네!”했다. 나는 한 겨울에도 ‘바밤바’라는 얼음과자를 좋아한다. 그 이유를 추궁하는 무서운 아줌마에게 한 번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좋은 것은 그냥 좋은 건데 그것을 육하원칙에 따라 입증할 일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말대꾸해서 득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주옥같은 경험이 있는 내가 입 밖으로 뱉을 일은 없지만, 그래도 한 말씀을 드리자면 세상에는 객관적인 논리 외에 감성이라는 턱도 없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좀 쉽게 말하면 내가 할망구 곁을 안 떠난 것은 밥을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단발머리 때의 그 모습을 차마 지워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아직은 남아 있다는 뜻이라는 말이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창에 맺힌 빗방울을 바라보고 있다. 이 비가 멈추면 다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아니 이 순간에도 다른 곳에는 폭설이 쌓이는지도 모른다.
내가 청승 떨고 있는 이때 어떤 아저씨는 우리나라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침을 튀기고 있을 수도 있다.
그와 내가 같은 점은 별 위력도 없는 거식을 버리지 못하고 어직도 몸 중앙에 달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그와 내 위세가 조금, 그러니까 병아리 눈물 만큼 다르기 때문에 같은 주장을 해도 그 결과는 판이하다는 점이다. 그놈과 내가 어느 놈이 더 옳은지를 객관적으로는 알 수 없다. 설혹 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를 면밀하게 검토 해야 한다고 주장할 놈은 이 나라에는 단 한 놈도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왜 이리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이 꼴을 내 아내라는 아줌마가 보면. “미쳤어! 정말”할 것 같다. 쩝.
2023. 01. 13.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