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노인이 되었다고 느낀 순간

- 노인의 노래 -

by 임진채

내가 노인이 되었다고 느낀 순간?


그건 간단하다. 주민등록증을 보면 오래 셈할 것도 없이 답이 나온다. 그 주민등록법에 의하면 일정한 숫자를 정해 놓고 거기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제일 먼저 혜택을 주는 게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증’을 발급하는 것이다.


그 ‘경로우대’라는 게 어떻게 생각하면 참 치사하기 짝이 없다. 1인승 자가용 전철로 모시는 것도 아니고, 내 목적지를 물어서 딱 내가 가고 싶은 곳까지 모시는 것도 아니고, 객차가 열 량이나 되고, 그들이 정한 곳에서만 내려고 탈 수 있는 겨우 그거를 해주면서 되게 생색은 많이 낸다. 지하철의 운영 적자가 노인들 탓이라고 돌리는 것 말이다. 그러나 지금같이 맑은 세상에 그게 어디야 하면 할 말이 없다.


이렇든 저렇든 누구에게도 말할 수는 없었지만, 아하 내가 노인이 되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은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검사하는 분이 “안 들리세요?”하고 물었다. 그와 동시에 내 뒤에 있던 아내가 내 등을 툭 쳤다. 뒤돌아봤더니 내 귀 옆에 뭔가를 들이대고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검사를 하는 것이었다. 사전에 예고를 받았든 안 받았든 그 소리를 못 들은 건 사실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안 들렸다는 이야기다.


오늘 아침에도 아내에게 화를 냈다. “ 제 엄마를 닮아서 혼자 중얼거리기는! ”

돌아가신 장모님이 혼자서 구시렁거리는 버릇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도 딴 곳을 바라면서 말하는 버릇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귀가 정상이라면 그것을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벌컥 한 건 나 자신이 말을 잘 듣지 못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거다.


어느 매체엔가 청각 장애인들이,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바람에 입을 보면서 말하는 걸 짐작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호소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난다. 나도 은연중 대화하는 상대의 입모습을 살피는 게 버릇이 되어 있었다.


요즘은 노인용 보청기를 맞추는 데 정부에서 보조해 준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가 한없이 측은해진다. 나, 이 불쌍한 놈은 청춘도 없이 바로 노인으로 직행한 운 없는 사람 같아서 정말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이런 날에는 당연히 소주를 마셔야 한다. 잔을 주고받을 친구가 없어도 되지만, 있다면 더 좋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더러 꼰대라고? 그래? 그럼 저는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