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메라로 찍지 않고 그리고 싶었다

= 어느 사진가의 이야기 -

by 임진채

이 게세물이 뭐 같아 보이나요?


사진 같아 보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림 같아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두 가지 다 맞을 수도 있고 다 틀릴 수도 있습니다.

사진이라고 하기에는 디테일이 다 망가졌고 형체도 온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손으로 그린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답은, 사진을 바탕으로 해서 내가 생각하고 내가 해야겠다는 의도에 합당할 때까지 만들고 또 지웠다가 다시 만들고 해서 얻은 결과물입니다.


이게 뭐를 의미하는가 하는 것은 나중에 거론하기로 하고 이걸 어떻게 만들었는 가 하는 점을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구는 포토샵입니다. 세부적인 방법은 글로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같은 원본 사진을 가지고 약간 다른 방법으로 작업했습니다.


보통 분들은 포토샵으로 작업했다고 하면 "아! 그 장난하는 거!" 하시는 데 '장난'이 아닙니다. 이 작업을 한 5년 하고 나니 허리를 쓸 수가 없더군요.


보람은 있었느냐고요?

처음에는 보는 사람들도"와, 대단해요!" 하더니 요즘은 거의 관심이 없지요.


그건 어떻게 생각하면 아주 당연한 일이지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도 이젠 시들합니다. 그래서 그 두 매체에는 요즘은 올리지 않습니다.


뒤늦게 여기 브런치에 올리는 건 내가 해온 작업 과정을 설명하는 글을 쓸 수 있는 여백(공간)이 이 브런치에는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매체에는 설명 없이 덜렁 사진만 게시하게 되어 있가든요.

자신이 한 행위를 설명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건 꽉 막힌 숨통을 열어줄 수도 있겠다는 기대 때문인 거라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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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사진을 찍으러 다녔습니다. 물론 그게 밥벌이 수단은 아니었지요. 일요 화가가 있듯 일요 사진가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그래도 카메라 들고 돌아다닌 지 20여 년이 지났다면 짧은 세월은 아니지요. 물론 그 기간에 계속해서 촬영하러 다닌 건 아닙니다. 모든 취미 생활이 다 그렇지만 나도 명색이 가장인데 하는 일이 순탄치 않으면 카메라를 들고 나갈 엄두도 못 낸다는 건 생활인들의 숙명이지요. 제일 오래 쉰 건 아마 5년 동안이었을 겁니다. 생활인들의 취미생활은 그리 녹록한 게 아닙니다.


언젠가부터 사실을 재현하는 거 말고 내 생각을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찍고 싶은 구도 속에 전봇대가 서 있어서 그 전봇대가 신경이 쓰이면 사진가가 할 수 있는 결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미련 없이 포기하는 것하고 마음에는 안 들지만 그래도 찍는 것, 이렇게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화가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전봇대만 빼고 그려도 됩니다. 그것 말고도 상당 부분을 빼고 그 자리에 평범하지 않은 것을 집어넣으면 비구상(非具象)이 되고요.

하늘은 항상 푸르러야 하고 탄광촌의 개울이라 할지라도 까만 물이 흘러서는 안 된다는 억압은 그림에는 없습니다. 그게 그림과 사진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그 아주 당연한 사실에 반기를 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5년 동안 그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나는 그 작업을 '이미지 작업'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이 '이미지 작업' 이야기를 계속 연재하겠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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