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가는 동반자(同伴者)

by 임진채

걷기 운동하러 나와서 벤치에 앉아 있는데 두 남녀가 내 앞을 지나간다. 처음에는 무심했었다. 그러나 한참을 걸어가는 저들은 동행자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걷는 두 사람의 간격이 너무 멀다. 보통 아는 사이라면 나이 불문하고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걷는다. 닭살 커플은 아예 손을 잡고 가기도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걸으면서 짬짬이 상대를 쳐다보며 짧지만 말을 건네기도 한다.

저들은 그런 내색이 전혀 없다. 부부간에 소 닭 보듯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아니, 나는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저 우연히 나란히 걷는 것이거니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한참을 걸어가는 것을 지켜봤는데 의식적으로 보폭을 맞추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갈 양쪽으로 떨어져 걸으면서도 나란히 가지는 않는다.

동행자가 분명해 보이는 데 왜 저리 멀찍이 떨어져서 가는 것이며, 제삼자의 처지에서는 어떻게 보던 서로 관심이 없다는 티를 내며 걸을까?

서로 도장을 찾을 정도로 크게 싸웠나? 싸웠다면 그 기분으로 아침 산책을 같이 나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둘 중 한 사람은 머리 동여매고 드러누워야 정석이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들이 지나간 후에 거동이 성치 않아 보이는 남자분을 그보다는 젊어 보이는 아내가 조심스레 따라 걷고 있다. 그들도 전혀 말이 없다. 그래도 곁에서 바라보는 내 눈에는 아내가 남편을 바라보는 시선에 담긴 염려가 보인다.

부부간의 정(情)은 어때야 한다고 정해진 게 없다. 더욱이 부부의 관계는 삭제가 가능한 사이다. 그 둘이 만나서 개똥이라는 아이를 낳았다면 개똥이 엄마와 아빠는 여전한데 두 부부는 아무 관계가 아닌 생판 남이 되는 것이다. 서로 촌수가 없을 정도로 하나가 되었다가 졸지에 남남일 수 있는 사이이니 그 모습을 설정하기에 무척 조심스럽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내 아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이 생활한 지 벌써 육십 년이 다 되는 그런 사이다. 그런 우리 부부는 서로 같이 운동하지는 않는다. 아내는 내가 너무 늦게 걸어서 본인의 표현을 빌자면, 속에 천불이 나서 같이 걸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우리는 별로 불편을 느끼지는 않는다.

동반자(同伴者) 상호의 보폭이 같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아쉬움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온당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같이 나란히 걸을 수 없다면 서로 따로 걸어서 필요한 곳에서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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