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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채 Nov 27. 2023

독일 병정 아줌마

아침에 같이 운동하는 아줌마 중 한 분의 걷는 모습이 좀 특이했다. 아마 걷는 운동은 그래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양손을 눈높이만큼 들어 올리고 구호에 맞춰 절도 있게 행군하는 독일 병정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걸음이다. 전쟁 영화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다. 그래서 나는 그분을 독일 병정 아줌마라고 불렀다. 서로 인사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비켜 마주치는 오래된 동료와 같은 분이었다. 

    

문득 생각하니 그 독일 병정 아줌마를 본 지가 아주 오래된 것 같다. 서로가 운동하러 나오는 시간을 약간만 바꿔도 만날 수 없는 게 보통이다. 운동장을 여러 바퀴 도는 운동이 아니라 긴 길을 쭈욱 갔다가 돌아오는 식이어서 하루에 두 번이 아니면 딱 한 번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러나 배제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아줌마의 안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람의 일이란 장담할 수 없다. 흔히 하는 말로 익은 감도 떨어지고 땡감도 떨어지는 것이 우리 인간의 삶이 아니던가 말이다. 방정맞은 소리를 했다.     


이렇듯 당장 확인할 수 없는 사실을 두고 우리의 예측은 한도 없이 확장할 수 있다. 그런 얼토당토않은 의견을 정색하고 내뱉을 때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퍼질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뜻이다. 지금 시중에, 어느 놈이 뭐를 통째로 말아 먹을 거란 소문이 파다한 것과 궤(軌)가 같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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