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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채 Dec 06. 2023

우리, 외로움을 알아?

외롭다는 느낌. 그건 홀로 격리된 자신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순간의 기분일 것 같다. 논리하고는 상관없이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바로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런 것 말이다.

차갑다고 생각하며 벤치에 망연하게 앉아 있다가 그 단어를 생각해 냈다. 물론 처음 느끼는 그런 허망(虛妄)은 아니다. 간헐적으로, 아니면 수시로 찾아드는 이런 기분은 수습하기가 수월한 감정이 아니다. 습도가 높아 음습하다고 깨달은 순간 확 달려드는 이딴 것들은 정말 감당하기 어렵다.   

   

지금은 11월 말, 벌써 볕이 그리운 계절이 되고 말았다. 

나와 외양이 비슷한, 그러니까 머리가 온통 하얀 노인이 양지바른 의자에 혼자 앉아 있다. 두리번거리는 것은 아닌데도 시선이 고정되지 않아서 어디에 시선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머리가 하얗다는 것은 닮았지만 다른 점이라면 그 양반이 앉은 자리 곁에 지팡이가 있다는 정도다. 그 지팡이를 마음을 위무 받기 위한 용도인지 실제로 의탁하고 걸을 요량인지는 앉아 있는 지금은 알 수 없다. 

내가 조금만 더 앉아 있으면 그 양반이 일어나 걷는 것을 볼 수 있겠지만 그게 무에 궁금한 일이냐 싶어서 내가 먼저 일어서고 말았다.   

  

우리의 본심은 그런 외양을 확인하는 게 아니다. 얼마나 더 처량한가 하는 것을 비교하는 것도 아니다. 현황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 가슴을 후비는 것은, 이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용도가 폐기되고 말았다는 그 사실이다. 씻어서 닦일 그런 서러움이 아니다. 

서러움과 외로움의 차이를 곱씹고 있다. 부질없는 짓인 것은 너무 잘 알고 있다. 

     

무심코 고개를 젖혔다. 그 푸르던 잎은 어디로 갔는지 앙상한 가지 말고 보이는 것이 없다. 밑으로 고개를 숙이니, 낙엽 되어 구르는 그들이 보인다. 그건 서러움이다. 외로움은 바닥에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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