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몽(迷夢)
내가 이런 작업을 할 때 항상 느끼는 곤혹스러움은 사실의 부합 여부를 따지는 습성이다.
모순(矛盾), 그라니까 방패와 창이 공존하는 게 비구상이다.
그 벽을 넘지 못하면 영영 밑바닥을 기어다니는 하찮은 이무기일 뿐이다.
초딩 5 손녀가 내게 물었다. 미몽(迷夢)이 무슨 뜻이냐고.
‘무엇에 홀린 듯 똑똑하지 못하고 얼떨떨한 정신 상태’라고 사전에 나왔다고 말했더니, 그럼 ‘또라이’라는 말이냐고 다시 묻는다.
할 말이 없어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더니 거기에 ‘미몽’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학교 동창을 만났다. 학교 다닐 때는 같은 미술반이었는데 그 친구는 미대를 졸업하고 화가가 되었다. 우연히 길에서 만나 자기 아는 사람이 전시회를 하는데 같이 갔다 와서 저녁이나 먹자고 했다.
전시장에 갔는데 나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그림이었다.
무심코 친구에게, “ 야 이건 도대체 뭐를 그린 거냐?”하고 물었더니 그 친구가 내 곁으로 와서 정강이를 발로 차는 시늉을 하더니 “야! 이 새꺄! 조용히 해! 여기서 그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주둥이 닥치고 가만히 아는 척 고개를 끄덕거리기나 해.” 했다.
얼떨결에 주둥이는 닥쳤는데 궁금증은 여전히 남았다.
같은 화가도 모르는 그림이라니. 나는 참 신기하기만 했다.
나도 그런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6년 전부터다. 근데 나는 미대 졸업장이 없어서 그쪽에서 크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꼭 그래서 시작한 건 아니지만 사진 촬영을 다닌 깜냥도 있고 해서 ‘이미지 작업’을 하기로 했다.
다행히 지금까지 내게 이건 무슨 뜻으로 그린 것이냐고 물어 본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누가 묻는다면 아무 말 없이 싱긋이 웃고 말 생각이다.
그 동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는 제법 인기가 있었으나 국내 사이트에서는 무안할 정도로 잠잠했다.
어쨌든 지금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도 발을 끊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