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장 애가 (工場 哀歌)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녹슬다' 할 때의 '녹색'이다.
그 이유를 소상히 설명할 수 없지만 나름 절실하다.
차마 입 열기 어려운 서러움 같은 그런 처연함에 전율하게 한다. 그래! 서러움이다!
아내가, 뭔가 흘러내리는 것 같은데 그게 뭐냐고 물었다.
나는 내 눈물이라 했다.
사실이 아니지만 심정은 그렇다.
세운상가와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대림상가가 있다.
그 양옆 골목에는 아주 작은 규모의 철 공장들이 모여 있다. 만드는 것은 다양하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쇠로 된 모든 것이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한때는 원자폭탄 말고는 다 만들 수 있다고 알려진 곳이다.
지금은 급속히 쇠퇴해 가고 있지만, 카메라를 들이대도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모나지 않는 사람들의 일터라는 뜻이다. 나는 이곳을 자주 그리고 오래 드나들었다.
영등포구 문래동에도 철 공장들이 아주 많이 모여 있다. 이곳도 청계천 옆과 비슷하게 작은 규모의 철공장들이다.
얼마 전부터는 이곳을 ‘문래동 창작촌’ 혹은 ‘문래동 창작 골목’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철 공장들이 하나 둘 없어진 자리에 창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곳이다.
그들의 작업 공간을 방문한 적은 없다. 특별하게 인연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두 곳에서 나는 엄청 많은 사진을 찍었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촬영을 오곤 한다는 데 가만 생각해 보니 직접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소문처럼 그렇게 많은 사람이 촬영하러 오는 것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찍어서 아름답게 보이는 그런 풍경은 아니다.
내가 이곳들을 자주 드나드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나름 애를 써봤지만 결국은 답을 찾지 못한다.
옹색하지만, 명절이면 가지 않고는 못 견디는 고향의 의미와 비슷한 게 아닌가 싶다. 이젠 비록 피붙이가 살지 않는 고향이라도 우리는 거기에 대한 애틋한 정을 지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어찌 생각하면 그런 걸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내가 가서 촬영하고 싶다는 그 사실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마음에 들어서 셔터를 누르게 된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그곳을 찾는 의미는 충분하다.
다른 사람의 공감을 받을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들 그게 뭐 어떻겠나.
나는 그리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