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라는 단위의 세월을 수도 없이 보내는 동안, 이루지 못하여 가슴에 짐이 되는 일들이 조그마한 동산만큼이나 쌓였다.
대부분 세속적인 것뿐이다.
미련 없이 버렸어야 할 물질에 대한 집착이 대부분이다.
아, 이 순간에도 나는 그것들에 대한 미련을 차마 도러내지 못하고 연민(憐愍)의 눈길을 숨긴다.
이젠,
초월하여 대범해 보이기는 어려워도 열흘을 굶은 하이에나 같은 살기(殺氣)만큼은 사라졌으면 좋겠다.
아무것에나 승부를 걸고, 그 결과는 항상 승리였으면 하는 턱도 없는 욕심이라도 사라졌으면 좋겠다.
남을 위해 봉사하고 양보하기에는 내 그릇이 너무 왜소하나, 그렇다 하더라도 남의 것을 집어다 내 앞에 놓고 싶어 하는 탐욕은 시들었으면 한다
한 때는, 아주 먼 날까지가 아니고, 아주 많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가 왔다가 갔다는 사실이 그 사람들에게 아쉬움으로 남길 바랬다.
그 간절한 바람은 아직도 스러지지 않고 겨울밤 화롯불처럼 내 가슴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참 곱게 늙으셨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천박한 이기심까지 정리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고........
2021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