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앞에 앉을 때마다 나는 아내의 배려에 감사하게 된다. 신혼 때까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언젠가부터 내 밥그릇에 담긴 밥을 바라보면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항상 비슷한 양의 밥이다. 고봉도 아니고 내 먹는 양에 맞게 밑바닥에 깔린 그런 밥이 아니다. 턱을 넘길까말까 하는 양인데 아주 조심스럽고 정갈하게 다듬은 모습이다.
곁에 앉은 막내의 밥그릇과는 외양(外樣)이 다르다. 남편에 대한 배려라는 느낌이다.
다 먹기 버거울 정도를 담았다는 것은 더 먹이고 싶은 본인의 마음일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막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버지. 이거 내가 입던 것인데, 아버지 입으실래요?”
입어봤더니 내 몸에 맞는다.
아들이 나가고 난 뒤 아내가 내게 말했다.
“그거 입지 마시고 하나 사 입으세요.”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면서 하늘을 쳐다보니, 꽤 더울 게 분명하지만 그래도 검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아! 벌써 8월이구나.
겨우 넉 달만 지나면 나는 또 한 해 더 늙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건 슬픈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