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가 별로 없는 나

by 임진채

고양시 행신동의 이 아파트에 당첨되어 입주한 지가 아마 올해로 이십오 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이곳으로 이사를 올 때 막내가 중학교 갓 입학했는데 이제 장가가서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이다. 생각하면 참 지겹도록 한군데 붙박여 살아왔다.

아내는 집에 손님이 오는 것을 겁낸다. 귀찮아서가 아니라 창피하기 때문이란다. 이십오 년이라면 짧은 세월도 아닌데 그동안 집은 낡으면 낡은 대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았다.

거실은 그 시절에는 아주 고급이었든 모노륨의 이음새가 세월의 풍상을 견디지 못하고 양쪽이 뻘쭘하게 부풀어 올랐다. 보통 사람은 새것으로 바꿀 것을 나는 넓은 스카치테이프로 붙여놓았다. 그런다고 뒤틀린 장판이 고즈넉하게 엎디어 있겠는가. 군데군데 불룩하게 솟아올랐고 스카치테이프 양쪽은 때가 절어 거실이 모노륨의 이음새 줄 따라 거뭇거뭇하다.

그뿐이랴. 얼마간 하다가 때려치웠지만, 골프 연습한답시고 거실에서 휘두르다 아이언으로 바닥을 쳐서 거실 바닥이 흉하게 팬 곳이 여러 군데다.

아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집을 수리하자는 것을 망설이며 살아온 세월이 오늘에 이르렀다. 내가 봐도 남에게 보일 만한 모습이 아니다. 나는 이런 집에 대해서 무심할 수 있는데 아내는 한숨이 나오고 복장이 터지는 모양이다.

언제부터인가 집사람이 베란다에 화분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손끝이 매운 사람이기에 값이 나가는 나무는 하나도 없다. 트럭에 싣고 다니면서 파는 행상이나 화원에서 무녀리만 골라서 아주 싼 가격에 사다가 가꾼다.

세월이 흐르니 앞 베란다에는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푸른 잎의 화분으로 덮여 있다. 요즘에 들어서는 거실에 놓여있는 화분의 수도 자꾸 늘어만 간다.

집이 정남향이라서 볕은 좋은 편이다. 그런다고 하더라도 거실에 있는 화분은 아무래도 볕이 부족하기 마련이어서 수시로 밖에 것과 자리 교환을 해줘야 하는데 아내는 지치지도 않고 아주 잘하고 있다. 그 덕분에 집에 꽃향기는 없지만 푸른 잎들이 끊이질 않아서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허접한 집을 화분으로 커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인 것을 어찌 내가 모르겠는가.

사실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낡은 집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이런 모습에 너무 익숙해서 불편함을 못 느끼는 그런 천성이 가난한 사람이다. 자신은 괜찮으니 남도 그러려니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은 나도 안다.

한곳에 오랫동안 사는 것과 집안 치장에 무관심한 것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 게으르다는 것이 따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바로 입증이 된다.

집사람이 나하고 살아온 것에 억울하고 속상한 일이 하나둘이겠냐만 제일 큰 것이 지저분함에 턱없이 관대한 것이라 한다. 처음 연애할 때는 행색이 깔끔해서 매사가 그럴 것으로 생각했단다.

이젠 무를 수도 없어졌지만 그래도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나는, 그게 팔자소관이려니 하고 남은 생을 어쨌거나 편한 마음으로 살자고 달래고 있다.

꿩대신닭은 아니지만, 깔끔한 체하지 않고 방안이 태풍 지나간 것 같아도 내 앉을 지라만 대강 밀어낸 다음 담담하게 앉아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긴다.

오늘은 집에 가서 청소기로 거실을 깔끔하게 만들 생각이다. 그러면 내일 아침은 서쪽에서 해가 올라올 것이다. 그러면 여러 사람에게 곤란을 끼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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