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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necting dot Feb 14. 2023

탁구 예찬 2

서로 무엇을 하는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나보다 탁구를 잘 치느냐, 못 치느냐
그것만이 중요하다



탁구 동호회를 들어간지 막 1~2개월 되었을 때였던 거 같다. 아무래도 탁구를 열심히 치다 보면 같이 밥 먹을 기회도 많고 밥 먹으면서 당연히 술도 좀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보다 적게는 2~3살 많게는 10살 정도 차이 나는 동호회 회원들과 같이 친해지기는 그리 쉽지는 않다. 나이 차이가 좀 나기 때문에 나를 대하는 것도 그들에겐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에게 너무 친한척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역시나 친해지기 위해서는 술자리만 한 것이 없음을 오랜 사회생활을 통해 증명되지 않았나..


각설하고, 그래서 처음으로 동호회 젊은 애들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역시 운동하고 먹는 술은 꿀맛이라 다들 어느 정도 취기가 돌기 시작했고 분위기도 많이 무르익게 되었다. 나는 내가 처음 자리를 했기 때문에 내가 어디 사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몇 살인지 등등을 궁금해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건 그 탁구 술자리에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가지고 있는 탁구 수준은 어떻고, 어떤 기술을 걸 수 있는지, 드라이브를 잘 거는지 못 거는지, 백 드라이브는 할 수 있는지, 서브는 날카로운지 등만이 그들의 관심사였다. 나는 탁구 얘기로 만 3시간 넘게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운동 얘기만 하면서도 즐거울 수도 있다는 것에 놀랍다. 


이런 분위기가 운동 동호회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인 거 같다. 서로의 기술을 평가해 주고, 어떤 게 모자른지 어떤 걸 더 연습하면 되는지, 자세를 어떻게 해야 더 잘 쳐지는지 이런 운동 관련으로 만 열띠게 토론하는 자리가 다른 어떤 자리보다도 편하고 즐거움을 준다. 사람에 대한 평가를 단지 운동으로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방이 나보다 더 잘 치니 내가 더 잘 치니 하는 티격태격은 운동모임에서는 늘 있지만 선을 넘지 않으면서 유쾌한 시간이 계속되었다. 나는 이런 모임이 너무 즐겁고 앞으로도 계속 참여하고 싶다. 모임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단지  술자리는 생각보다 많다. 다들 술을 건강하게 마시려고 운동하는듯 하다. 그래도 그냥 술만 마시는 모임보다는 100배 더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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