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현업이야기 Part 1.
매주 월요일 실적을 달성했는지 미달성했는지에 따라
그 한주는 천국 혹은 지옥이 될 수 있다.
내가 배치된 부서는 핸드폰을 중남미에 수출하는 부서였다. 알다시피 중남미는 크고 작은 많은 나라들로 구성되어 있고 대표적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칠레 등은 큰 시장 국가,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페루 등은 중간 시장 국가,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자메이카 등과 국가들은 휴대폰 규모가 작은 시장의 국가로 분류된다.
보통 큰 국가의 본사 담당자는 2명으로 구성되는데 보통 대리, 사원 혹은 과장 사원 조합이며 사수, 부사수로 구성된다. 당연히 사수는 주도적인 업무 및 보고를 진행하고 부사수는 주요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자잘한 것들을 처리해야 한다. 사업자별 핸드폰 스펙을 정리하여 시스템에 올리고 오더가 입수되면 사업자가 원하는 주차에 선적될 수 있도록 공장과 협의 등을 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이런거고 아주 디테일한 업무들이 수도 없이 많다)
워낙 사업자들도 많고 핸드폰 종류도 많으니 세세하게 신경 쓸 일이 많고 또 분기별로 목표된 수량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현장 주재원들과 늘 소통하고 그곳 사업 현황을 세세히 알아야 한다. 어느 세일즈팀이나 다 그렇겠지만 목표된 수량을 채운다면 아무도 터치하지 않지만 목표치에 미달하면 그 주는 지독한 한주를 보내야한다.
어느 회사의 세일즈 팀과 같이 연간 목표, 반기 목표, 분기별 목표 등이 미리 설정되어 있고 그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weekly로 실적을 모니터링한다. 이 목표치에 대한 weekly 실적 결과는 매주 월요일 아침 9시에 시스템에서 조회할 수 있는데 이날은 그 한주를 천당과 같은 한주가 될 것인지 지옥과 같은 한주가 될 것인지 판가름이 난다.
노트북으로 실저 시스템에 접속하여 실적 조회를 누르는 순간, 돌아가는 모래시계는 온몸을 긴장하게 만든다. 마우스를 잡은 손에는 땀이 흥건하다. 오죽 땀이 많이 났으면 마우스 위에 티슈를 얹어놓고 사용할 정도였다. 모래시계는 약 5초에서 10초 정도 돌아가고, 전주의 실적이 목표치에 부합 혹은 초과 달성했는지 아니면 미달했는지 나오는데 초과했으면 파란색, 미달했으면 파란색으로 숫자가 뜬다. 그 10초 남짓한순간은 마치 수능 점수를 확인하는 순감의 긴장감과 맞먹을 정도였다.
초과 달성을 하면 나의 메신저는 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빨간색이 뜨는 순간... 원인 파악을 하라는 상사의 메시지가 쇄도하기 시작한다. 세일즈는 중남미 현지에서 이루어지는데 미달한 원인을 내가 스스로 알아낼 방법법이 있을까? 결국 중남미 현지의 밤 시간에 전화를 해야한다. 현채인들 이 퇴근을 했건 안 했건 중요치 않다. 어떻게든 통화를 해야 하며 미달이 된 합당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여기서 재밌는 건 합당한 이유를 찾는다는 게, 진정한 미달성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미달성이 되었음에도 충분히 납득하고 넘어갈만한 그럴듯한 이유여야 한다.
그런 이유는 대략 이런 것이다. 원래 구매를 전주에 하려고 했는데 사업자 사정으로 한주 미루어진 것이다. 이번 주는 전주 물량과 이번 주 물량이 합쳐진 실적이 나올 것이다. 이런 사유가 된다면 무리없이 통과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보다는 사업자의 일방적인 물량 캔슬, 혹은 세일즈맨의 과도하게 낙관적인 예상 오더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윗분들에게 보고 할수는 없다. 그래서 늘 진실과 다른 거짓된 보고가 이어지게 된다.
이번 주 미달 물량은 다음 주에 추가될 것이다. 아니면 사업자가 다른 핸드폰으로 변경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등등으로 미화되어서 보고서가 작성이 된다. 하지만 거짓말이 이어질수록 더 큰 거짓 보고를 해야 하고 결국지켜지지 않는 약속은 한 달 마감 실적에 큰 미달실적으로 이어지면 그에 따른 엄청난 문책이 시작이 된다.
사업자가 캔슬, 혹은 세일즈단에서의 잘못된 오더가 원인인데 그것에 대한 대책 회의가 이어진다. 대책 회의는 길게는 3시간 넘게 이루어지고 그 회의실 안에서는 가슴을 비수로 찌르는듯한 폭언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중남미의 핸드폰 시장 수준은 유럽이나 미주에 비해 판매단가도 낮은 시장이고, 또 노키아가 장악한 시장이어서 S사의 제품이 그렇게 잘 팔릴 수 있는 시장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잘나가는 유럽, 미주 부서에 비해 우리 부서는 항상 큰소리가 이어졌고 수많은 야근에 시달렸다.
겨우 현장부서에 배치된 지 3~4달 만에 내 입은 피로에 헐기 시작했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폭음도 이어지게 되었다. 심지어 회식은 늘 빨라야 8시 늦으면 9시 넘어 시작되어 새벽 2~3시에 끝나고 다시 8시까지 출근해야 함에 따라 몸은 점점 망가지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