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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necting dot Feb 27. 2023

S사의 비정한 조직문화

나의 현업이야기 Part 3.

하루아침에 보고라인에서 제외된 부장님



당시 중남미 팀에서는 브라질이 가장 큰 핸드폰 시장이었다, 중남미 매출에 50% 가까이 차지하기 때문에 그만큼 팀에서도 항상 실적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국가였다. 이 시장을 관장하는 부장님이 한 분 계셨는데 가장 중요한 시장을 총괄함에 따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시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분의 보고 라인이 모두 끊어져 버렸다. 


즉 우리 부서의 담당 임원이 그 부장님의 보고를 거치지 않고 자기에게 디렉트로 보고하도록 지시를 한 것이다. 하루아침에 자신 밑에 있는 직원들이 자기에게 보고를 하지 않고 임원에게 바로 보고 한다는 것.. 그것은 곧 업무 일선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넓게는 더 이상 팀에 효용가치가 없으니 알아서 나가달라는 의미인 것이다. 


하루아침에 본인 업무가 모두 사라진 그 부장님은 하루하루 인터넷을 보며 시간을 보냈고 그의 뒷모습이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안타까운 마음에 밥도 같이 먹고 가끔 술자리도 가지며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위로를 드렸지만 결국 그분은 다시 업무 일선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그분의 자제분이 고3이었다고 들었는데 그분은 본인 자식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물러나지 않고 끝까지 버티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결국 그 자식이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야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하셨다. 마지막 회사 출근 날인데도 특별한 송별회가 있다는 소식은 없었고 그분은 그렇게 회사를 떠나셨다. 퇴직하신 뒤 보름 정도가 지나서야 결국 송별회 날짜를 정하게 되었고 그분은 그래도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회식자리에 참석하셨으나, 그 빌런 베티가 문제였다.  그 부장님의 업무가 자기에게 맡겨지자 마지막 송별회 자리에서 그 부장님에게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고, 그 수모를 그 부장님은 묵묵히 견뎌내고 있었다. 


내가 직접 받은 수모는 아니었으나, 그날의 송별회 술자리는 가장 기분이 더러운 술자리로 기억이 남는다. 마지막 가는 사람 앞에서 끝까지 덕담 한마디 나누어주지 못하고 보내야 했던 그 자리, 이런 현장을 보고 나니 얼마나 직장 생활이 냉정한지 느끼게 되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또다시 브라질에 사고가 터졌는데 수요 예측을 잘못해서 대량의 핸드폰 재고가 생기게 된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 감사팀까지 개입하게 되었는데 우리 담당 임원은 그 감사팀을 대동한 체 브라질에 전화를 했고 자기의 잘못이 아닌 브라질 세일즈에서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렇게 재고가 생기게 되었음을 유도했고 결국 임원의 강압적인 질문에 현지의 실수를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현지는 그 자리에 감사팀이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고 대화 내용이 녹음되는지도 몰랐으리라.. 


그렇게 또 한 명의 희생자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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