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현업이야기 Part 5.
아무리 내 주변을 둘러보아도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 내 동료를 봐도, 내 옆에 사수를 봐도, 심지어 부장을 보아도 그들은 늘 쫓기고 초초해 보였다. 내가 여기에서 얼마나 더 있으면, 얼마나 더 올라가면 이 생활에 적응하고 만족해할 수 있을까?
매일 직원들을 윽박지르고 자기 맘대로 팀을 주무르는 우리 상무님 정도 되면 행복해지려나, 부하직원을 강압적인 태도로 굴복시키고, 그들이 자기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우월감을 느끼면서 만족해하려나,
나는 이런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 더 올라가서 해외 지점장이 된다고 치자, 낮에는 현지 업무, 밤에는 본사와의 소통으로 잠도 못 자는 생활, 그렇게 해서 잘 풀리면 부장까지 달수 있겠지. 자기 자식의 학업을 위해서 와이프를 위해서 희생한다고 하면 견딜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본인이 불행한데 가족들을 어떻게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그러던 중 내가 담당하고 있던 시장의 마이애미 지점장이 그곳에서 3년 정도 체류한 시점에 갑자기 사표를 내셨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분은 마이애미에서 소규모 작은 중남미 국가들을 영업 책임자셨는데, 나름 인정받는 과장님이셨다. 그런데 왜 사표를 내셨을까? 그분은 일찌감치 S사의 생활에 지쳐가고 있었고 이 생활을 오랫동안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셨다고 한다. 그래서 마이애미에 주재원을 하는 순간부터 그곳에서 정착을 할 준비를 차분히 하셨던 것이다. 그리고 주재원 임기를 몇 달 남긴 시점에 미국에서의 이민 준비를 모두 마치시고 사표를 던지신 것이었다.
이 사건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분은 나름 직장 생활에 인정도 받으신 분이셨고 내가 본 몇몇 안되는 S사에서 직장 생활을 즐기는 분으로 기억했기 때문이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정시에 퇴근했어도 누구도 그에게 딴죽을 거는 사람이 없었다. 일 처리가 워낙 깔끔했기 때문이다. 그런 분이 퇴사를 하시다니
이 시즘에 내 주변에 동기, 몇 해 선배들도 술자리에서 더 이상 다니기 힘들겠다는 대화가 오갔고 실제로 입사 3~5년 차의 직원들이 물밑 뜻이 퇴사를 하기 시작했다. 몇몇은 S사의 경력으로 MBA를 갔고 몇몇은 재충전 후 대학원에 진학, 몇몇은 이직을 했다.
그러던 중 내가 충동적으로 지원했던 B 항공사에서 서류 합격 문자와 함께 면접일을 알려주는 문자가 왔다. 1시간 만에 작성한 내 이력서와 자소서가 이렇게 쉽게 통과가 되었다니. 물론 내 나이가 젊었고 S사의 백그라운드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 빠른 진행에 놀라웠고, 설마 되겠어 하는 마음에 B 항공사의 면접을 보러 갈 결심을 했다. 그 당시 하루 연차를 내는 것도 눈치가 보였기 때문에 오전에 몸이 너무 안 좋음을 사수에게 얘기하고 면접을 보러 갔었다.
항공사로 면접을 보러 간다니... 항공사에 다니는 직장인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서비스업을 하는 회사에 다니면 얼마나 세련된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에 발걸음을 향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