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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necting dot Mar 07. 2023

항공사로 면접을 보러 가다

나의 현업이야기 Part 6.

B 항공사의 면접은 특이하게도 하루에 1차, 2차, 3차를 모두 치르는 시스템이었다. 보통 1차 실무진 면접에서 통과되면 임원진 면접을 보는데 이곳은 모든 지원자가 임원 면접을 먼저 보고 그 후 실무진 면접을 보는 시스템으로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짜여있었다. 구직자의 입장에서는 하루에 모두 치르게 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또다시 면접을 보기 위해서 연차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단 1차 임원진 면접은 예상한 질문대로 나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고 임원진의 반응도 괜찮았기에 기대를 좀 하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임원진들이 그 항공사의 사장, 부사장님이었다. 경력사원 뽑는데 사장님까지 면접관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는데 그만큼 제대로 뽑고자 하는 마음이었던 거 같다. 임원진 면접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다른 지원자 들고 함께 얘기를 나눠보니 다들 좋은 직장에서 지원한 사람들이 많았다. L사 S사도 많았고 다들 스펙들도 참 좋은 사람들이었다. 

잠시 후, 영어면접이 진행되었다. 워낙 항공사는 승무원을 많이 뽑기 때문에 외국인 면접관들도 많았고 그들이 우리의 영어면접도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역시나 물어보는 것들은 나의 예상과 다르지 않아 무리 없이 잘 대답할 수 있었다. 조금 특이한 질문은, 당신의 아버지에 대해 묘사해 달라고 하는 질문이었는데, 다행히 어렵지 않은 질문이라 준수하게 대답을 한거 같았다. 

2차 면접까지 순조롭게 끝나자 왠지 잘 될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최종 실무진 면접에도 좀 자신 있게 들어갈 수 있었다. 마지막 실무진 면접의 질문은, 대략 왜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을 하고 싶은지, S사와 같은 회사에서 나와도 후회를 안 할 것인지 등을 물어본 거 같았고, 나는 3년 동안의 S사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업무의 부조리, 나쁜 조직문화 등을 내세우며, 항공사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시했다. 

그때 면접관이 하는 말이 인상이 깊었는데..

"당신이 지금 느끼는 그런 부조리가 여기에는 없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라, 여기도 당신이 다니게 되면 그런 부조리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래도 후회 없이 다닐 수 있겠느냐?"

그런 면접관의 피드백은 예상치 못했던 솔직함이었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항공사에서의 세련된 마케팅을 배우고 싶다는 의견을 내세우며 마무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로운 곳에서도 그런 부조리가 있을지라도 S사의 강도보다는 낮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곳의 합격을 바랐다. 

그 당시 나의 마음은, 지금 생각하면 짧은 생각이지만, 어딜 가더라도 S사의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보다는 낮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 면접을 마치고 같이 면접을 마친 지원자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분은 L사를 다니고 있었던 사람이었는데, 나름 나이도 비슷하고 영국에서 유학까지 다녀온 사람이었다. 그분과 나는 서로 당신이 합격할 거 같다는 덕담을 나누고, 괜찮으면 면접을 끝나고 같이 술을 한잔하자는 제안을 했다. 왠지 그분과 내가 같이 합격할 수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같이 된다면 서로 친하게 지내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면접은 최종 종료가 되었고 결과는 일주일 이내 전화로 연락이 갈 거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분과 나는 같이 항공사를 나와 강남의 한 술집에 가서 왜 이직을 하고 싶은지, 항공사는 왜 가고 싶은지에 대해 아기를 나눴는데 공통점은 S사와 L사의 제조업 중심의 업무 보다, 서비스업의 마케팅 업무를 하고 싶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실 내가 이직을 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내가 3년 동안 배운 지식은 S사에서만 필요한 지식이지 이 지식을 다른 회사에 접목을 할 수 있는 스킬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 커리어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S사에서만 통용되는 지식과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제든 다른 회사에 이직을 할 수 있는 공통적인 마케팅 지식과 경험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같이 면접을 본 그분과 공감대가 있었고 서로 합격되면 연락을 주자는 말을 나누고 헤어졌다. 

그렇게 면접을 마치고 다시 S사에서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는 일상을 보내던 중 함께 면접을 본 그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나 합격되었다고 연락이 왔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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