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현업이야기 Part 4.
최고의 대기업, 많은 성과급, 하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다.
하루하루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으로 회사에 출근을 한다.
오늘 하루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괴롭힐까?
얼마나 많은 답 없는 회의가 있을까?
하루를 온전히 버티기 위해서 또 어떤 거짓말을 해야 할까?
출근을 하면 나의 동료, 사수, 상사들의 모습을 본다. 그들이 사무실에서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있던가? 그들은 어떤 기분으로 이 회사를 다니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미래는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는 대리, 과장, 차장, 길게 가면 부장이다.
내가 지금의 고통을 이기고 버티면 그들과 같이 직급이 올라갈 것이다. 그럼 그 사람들의 모습은 현재의 내 모습보다는 먼가 더 나아진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나의 현재 모습보다 그들의 모습은 더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의 사수는 워크홀릭으로 와이프에게 이혼을 당할 처지에 있었고, 또 다른 과장은 과로로 병원에 입원해있다. 더 웃긴 건 과로로 쓰러진 그 과장님은 우리가 본 받아야 하는 롤 모델로 강요되고 있다.
저렇게 쓰러질 정도의 각오로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이것이 이 조직문화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모습이다.
나는 어느 순간 누가 나를 부를 때 고개를 돌리면 목이 담이 걸리기 시작했고, 마우스를 잡은 손에는 땀이 흥건하여 휴지를 대고 사용해야 했다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직급의 사람들 중 건강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과로로 입이 헐어버린 건 기본이었다.
이렇게 살다가 연초에 받는 달콤한 보너스. 첫해에는 그렇게 좋았지만, 어느 순간 이게 내가 받는 매값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개고생했으니 이 정도 받고 퉁치라는건가.. 많은 보너스를 받아도 기쁘지가 않았다. 하지만 나의 공식적인 첫 직장에서 최소한 3년은 버티고 싶었다. 3년을 버티지 못하는 건 나의 커리어 상에서도 안 좋았고 또 이 조직에서 최소한 내가 버티고 싶은 시간은 3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만 3년이 돼가고 주말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켰다. 이것저것 네이버를 보던 중 메인화면에 B 항공사의 경력사원 공채 공고가 보였다..
마치 탈출구를 발견한 것처럼 나는 1시간 만에 그들이 요구하는 모든 자료(자소서, 이력서 등)을 제출해버렸다. 어디든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