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현업이야기 Last Part.
항공사의 업무 분위기는 마치
공기업과 같은 철밥통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마침내 S사에서의 마지막 퇴직 통보하였다. 상무님을 비롯하여 나의 직속상관들은 S사를 버리고 항공사에 간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는 듯이 나를 몰아세우고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하였지만, 나는 이 지옥 같은 S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최소한 인간답게 숨을 쉴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S사의 직장 생활은 만으로 딱 3년을 채우고 마무리를 지었고 항공사로 입사하기까지 2주간의 꿀맛 같은 휴식시간을 가졌다.
나와 함께 합격한 그분과 친하게 되어 다시없을 이 2주간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어디 해외여행을 다녀오자는 의견을 나누었다. 업무 때문에 걱정을 가지고 가는 여행이 아닌 정말 맘 편히 갈수 있는 여행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간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동남아를 가기로 했고 그곳에서 정말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이제 드디어 항공사로의 입사일이 다가왔고 우리는 또 3주간의 경력사원 합숙 입사교육을 받게 되었다. S사와 L사의 신입사원 교육 대비 너무나 순한 맛의 교육이었고 이미 이런 교육이야 이골이 난 상태로 3주간의 교육은 무리 없이 끝마쳤다. 이윽고 드디어 현업부서로 배정이 되었고 나는 우여곡절 끝에 마케팅 부서에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가게 된 부서는 마일리지를 이용한 제휴마케팅을 하는 부서였는데, 항공사 마일리지는 마케팅 툴로 활용가치가 높아 많은 제휴사들이 있었고 나도 그중에 몇 군데를 맡아서 업무를 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제휴사를 경험해 보았는데 KT,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 해외호텔, 해외 항공사 등과 많은 업무 제휴를 하였다. 서로 win win을 해야 하는 제휴 업무이기 때문에 제휴를 하는 데 있어서 서로 우호적이었고, 업무 또한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솔직히 S사의 제조업 업무 대비해서 항공사의 업무 강도는 1/5 정도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내가 보기에 업무량 대비 직원들의 숫자가 많다고 생각될 지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업무 강도도 낮고, 야근도 없이 칼퇴를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큰 스트레스 없이 편안히 다닐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된다. 솔직히 S사에서는 임신한 여자 사원들을 볼 수 없었다. 업무 강도가 크기 때문에 임신한 채로 회사를 못 다니니 임신을 하면 퇴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나이가 30~40대 여자분들을 많이 볼 수가 없었는데 항공사에서는 30~40대의 여자들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퇴사율도 극히 낮았다. 어떻게 보면 너무 직원을 편히 놔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이래서 항공사가 돈을 많이 못 버는구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항공사의 특징상 개개인의 업무 역량으로 항공사의 비즈니스가 크게 좋아지거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쟁도 크지 않았다. 항공사의 영업이 잘 되기 위해서는 대내외적인 환경이 중요하다. 환율, 오일 가격, 경기 호황, 불황, 전염병 발생 유무 등과 같은 요소가 항공사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하면 항공사의 영업이익률은 높아지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만 큰 여행 수요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S사에서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더욱 업무적인 압박감이 심한 반면 항공사는 직급이 올라가면 업무 지시만 할 뿐이지 특별히 업무 강도가 더 높아지지는 않았고, 운이 좋아 해외 주재원이라도 나간다면 그냥 3년 동안 혜택받고 놀다 온다는 그런 정도의 수준으로 보였다. 게다가 일반 직원들도 항공권을 일반 가격에 80% 할인된 가격으로 다녀올 수 있는 혜택이 있다 보니 work and life balance가 좋은 편으로 생각된다. 업무적인 스트레스도 크게 없고 같이 일하는 직원도 좋았지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늘 항공사는 매년 contigency plan이라는 이름으로 경비 절감을 외쳤고 연봉은 항상 동결 혹은 정말 약간의 상승만 있을 뿐이었다. S사와 같이 연초에 큰 성과급은 기대할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항공사에서 돈을 불릴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다.
그래서 항공사는 여자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다. 보통 여자가 일한다면 맞벌이 인 경우가 많으므로 그럴 경우 항공사는 정말 좋은 직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다니기 좋은 회사도 코로나와 같은 엄청난 전염병에 휘청거리게 된 것이다. 무급휴가가 이어지고 월급은 반 토막이 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전염병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고생을 했다. 다행히 지금은 다시 정상적인 월급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거의 3년간의 기간 동안 항공사 직원들은 많이 힘들었다. 솔직히 나는 코로나가 터지자마자, 다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까지 하면 또 한도 끝도 없이 에피소드가 나오지만 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려고 한다.
어느 회사든 장점만 있는 회사는 없다, 급여가 좋으면 업무 강도가 세고 급여가 좀 나쁘면 일이 좀 편해지는 경우가 있다. 본인의 직장에 대한 가치관에 따라 현명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세상에는 많은 직업들이 있고 우리가 모르는 정말 좋은 직장도 많을 것이다. 내가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대기업만을 목표로 구직을 하지 않을 거 같다. 정말 내실 있고 work and life balance도 좋은 그런 회사도 존재할 것이다. 나의 그동안의 에피소드를 보고 지금 직장을 구하는 사람이나 사회 초년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