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들려주는 이야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박은빈 배우의 열연으로 인기 몰이에 들어가더니 자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여러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흥행에 성공, 숱한 화제를 낳고 지난달 18일에 종영됐다.
뛰어난 능력-실력과 미모, 인간미-를 겸비한 자폐 변호사 스토리가 정신적/신체적 장애로 고통받는 장애인들의 삶을 온전히 대변할 수 없을뿐더러, 장애의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문제들이 일정 부분 미화됨으로써 장애인과 그 주변인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의 본질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한계가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듯 다양한 우려와 쓴소리는 이 드라마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과 호응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예민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장애인’을 조명, 대중의 공감대를 끌어내 준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영우 이야기를 모든 장애인을 대표하는 이야기로 일반화하는 우를 범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의 좌충우돌 로펌 생존기로, 법정과 자폐를 소재로 한 휴먼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OTT 플랫폼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서까지 좋은 반응을 얻으며 K-콘텐츠의 가능성을 또 한 번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개인적으로 ‘정상 : 비정상’ 혹은 ‘정상인 : 장애인’의 구분 자체가 매우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정상’, ‘장애인’에 대한 개념이 정상(인)의 관점에서 정의되다 보니 명명 자체가 폭력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게다가 비정상, 장애인이라는 지칭에는 일정 부분 구별 짓기와 열등화하려는 의도마저 보여 권력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비장애인이 자기들을 정상으로 간주하고 자신을 기준(표준)으로 삼아 장애인을 바라보며 판단하려는 시도 자체가 매우 권력적이며 폭력적이지 않은가. 그가 누구든 그들에게는 나름의 존중되어야 하는 속성이 있고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그들 나름의 이해 방식이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며 살아야 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 부모의 기대와 욕심에 부응해야 하는 자녀들, 과도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확실한 성과로 끝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보여야 하는 직업인들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자기 증명은, 존재 증명만으로도 버거울 지경인데 끝없는 자기 확장으로 이어진다.
세상은 이미 잡아먹고 잡아 먹히기를 반복하는 혼돈의 생태계로 변질, 자기 증명과 자기 확장에 몰입된 개개인들로 그득하다. 자기 증명과 자기 확장의 굴레에서 벗어나 산업화 이전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차이가 있으면 있는 대로 그저 ‘우리로서'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는 없을까? 바라며 꿈꿔본다…
영우에게 ‘고래’는 무엇이었을까? 왜 하필 ‘고래’였을까??
고래는 바다사자, 바다코끼리, 바다표범, 물개 등과 함께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는 바다 해양 포유류에 속한다. 이러한 특징은 아가미 호흡을 하는 여타의 바다생물로부터 고래를 확연히 구별 짓는다.
바다에 살지만 어류에 속하지 않는 고래! 고래는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자신이 일반인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영우를 상징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영우는 여느 바다 생명체들과 다른 고래를,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 자신과 일치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녀는 포경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놓인 수염고래와 수족관 환경에서는 고작 4년밖에 살지 못하는 고래가 처한 현실 때문에 그토록 마음이 아픈 것인지도…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란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장애의 무게입니다.
세상은 영우에게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았다.
장애인 차별은 법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영우는 차별, 부정, 비리와 싸워야 했다.
그러나 장애의 무게를 짊어진 그녀가 살아가는 세상에도 다행히 봄날의 햇살, 최수연과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극복하고 더불어 살아가기를 선택한 주변인들이 있었다.
결정적 순간에 짠~!! 수호신과 같은 존재, 고래가 있고
그 고래 이야기를 들어줄 절실했던 누군가도 생겼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어떤 의미에서 영우다.
장애, 모자람, 차이에 따른 구별과 차별 없이 모두 함께 '우리'가 되어 신바람 나게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