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사실, 나도 영어를 미워했다.
나는 영어 학원에서 강사로 일한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미취학 학생들에게 강의를 한다.
가끔 강의를 하다보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영어를 꽤 잘한다는 것에 놀라기도 한다.
어느 날은 내가 가르치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에게 “학교에서도 영어를 잘 한다고 칭찬 많이 듣는 편이지?”라고 물어보니 “아직 학교에서는 영어를 안 배워요~” 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럼 몇 학년부터 배워?”라고 물어보니 “아마? 5학년 정도부터 배울 거 같아요~”라고 대답해주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챗GPT에 초등학교에서 몇 학년부터 영어를 배우는지 물어보니 현재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정규 교과로 배운다고 나왔다.
내 첫 영어에 대한 기억도 3학년부터 시작된 거 같다. 초등학교 영어 수업에 대한 기억은 오직 그 날 뿐이다. 나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기억이라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거 같다.
그 날은 학교 영어시간에 나의 영어 선생님께서 출석번호를 랜덤으로 부르셔서, 학생들에게 발표를 시키셨다. 나는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속으로 ‘제발 나는 아니어라…….’라고 빌고 있었는데…….
애석하게도 선생님께서는 내 번호를 부르셨다.
발표내용은 교과서에 있는 영어 대화를 읽어 보는 거였다.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대략적으로 ‘Hi, how are you?(안녕하세요, 잘 지내세요?)’ 라는 물음에 ‘I'm fine. Thank you(저는 잘 지내요. 감사합니다).' 이런 간단한 인사말이었던 거 같다.
그런데 나는 그 영어로만 쓰여 있는 문장을 보고 읽지를 못하였다. 그 문장을 어떻게 말하는지 몰라서 못 읽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화난 목소리로 모든 수업이 다 마치고 집에 가지 말고 자신에게 와서 제대로 다시 읽어보라고 하셨다.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나는 친구들에게 저 문장들을 어떻게 읽는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친구들의 발음을 내가 들리는 대로 영어문장 밑에 한국어로 받아 적었다. (Hi->하이 이런 식으로…….)
수업이 마치고 선생님께 가서 문장들을 제대로 읽는 걸 확인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눈물이 날 거 같았다.
책에 글자(영어)가 있는걸 아는데 읽을 수가 없었고, 친구들의 시선들이 모두 나를 향해있던 시간이 너무 차갑게 느껴졌다.
그 날 나는 아주 창피해서, 영어도 미웠고 선생님도 야속하게 느껴졌다.
만약 그 날 내가 영어 문장을 못 읽고 머뭇거리고 있었을 적에 선생님께서 나에게 모든 수업이 끝나고서 본인에게 와서 제대로 다시 읽어야한다는 불호령(또는 처벌)을 하시는 대신에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어. 괜찮아. 선생님 따라서 읽어볼까?”라고 말해주셨다면 어땠을까?
나는 어쩌면 영어를 그리 미워하지 않게 되었을 거 같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만나는 학생들에게 더욱 더 다정한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반 학생들은 영어 학원에서 낯설고 무서운 마음이 드는 대신에 즐거운 마음이 컸으면 좋겠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틀려도 돼. 괜찮아. 선생님이 말하는걸 들리는 대로 말해보며 영어 연습을 해볼까?", "자전거도 연습이 필요하듯이 영어도 연습을 하다보면 점점 더 쉬워질 거야. 잘하고 있어!"라고 자주 이야기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학부모님들께도 아이가 좋아하는 장르와 영어를 합치는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공룡'을 좋아하면 '공룡이 나오는 영어로 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등 영어 노출을 자연스럽게 해주면서 아이에게는 즐거운 느낌이 들도록 해주시면 좋을 거 같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또한 학부모님들께 학생들과 함께 시청했을 때 반응이 좋았던 유튜브 채널을 공유 해드리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한 가지만 예를 들자면, 작년에 우리반 7살 아이들은 흥이 많아서인지 'Danny Go!'라는 유튜브 채널의 댄스 영상을 무척 좋아했다.
이 채널의 영상을 보며 신나게 춤을 따라 하다 보면, 여러 표현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래에 유튜브 채널 링크를 공유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참고해 보세요!)
영어를 배우는 과정은 단기가 아닌 장기가 되어야 하기에 그 과정에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이 필요 한 거 같다. 그리고 그 힘은 영어에 대한 ‘호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는 브런치에서 내가 영어를 좋아하게 된 일화들을 적을 생각이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영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이라도 좋게 바꿀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유튜브 'Danny Go!' 링크
https://youtube.com/@dannygo?feature=shared
*커버 사진(I HATE U)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