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

by 김지웅

2년 전쯤 책을 써보겠다고 마음먹고 열심히 원고를 적었던 적이 있습니다. 메모장에 적어놓은 영감, SNS에 저장해 놓은 참고할 정보, 그간 읽었던 책을 수합해서 휴일에 한 꼭지 씩 열심히 적었습니다. 어찌어찌 초고를 완성해서 투고까지 해보았지만 출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죠. 그때 퇴고를 위해 만들어 놓은 제본이 아직도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그때 적었던 글이 보고 싶어서 제본을 펼쳤습니다. 고작 2년 전에 썼던 글인데도 어딘가 부족하고, 어색한 것이 다소 생경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당시 내가 했던 고민과 그에 대한 미숙한 통찰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왔고, 동시에 어떤 힘을 내게 주었습니다. '아, 나도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왔구나. 이런 고민들이 지금껏 나를 지탱해 왔구나.'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삶을 살아내는 것에 있어서 의미 없는 노력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 적어놓았던 출간에 실패한 글이 이제는 내게 힘이 되어 주니까 말입니다.


살아가는 것은 영원히 초고를 쓰고 또 퇴고하는 것과 닮았습니다. 나의 미숙한 부분을 찾고, 수정하고, 또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또 수정하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쌓인 글들이 나를 받쳐주는 기둥이 되는 것입니다.


만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노력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 모든 것이 금방 꺼져버릴 거품 같다고 느껴질 때가 온다면 잠시 생각해 보세요.무것도 아닌 것 같은 지금 하는 일들이 나중에는 내게 삶의 의미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이에요.

keyword
이전 11화나와 직장의 경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