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
초등학교 2학년 때, 자작시 발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전에 시를 써서 국어 선생님께 작은 거인이라며 칭찬을 들은 덕분에 연필 끝에는 한 껏 힘이 들어갔습니다. '기대를 충족시켜야겠다, 잘 써보이고 싶다'하는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고향을 주제로 쓴 시였는데, 나는 바닷가에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바다의 짭조름하고 상쾌한 향이 난다는 등의 표현을 써서 발표했습니다. 그리고는 부푼 마음을 안고 칭찬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시 발표가 끝나고 선생님은 친구들 앞에서 내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지웅이 너 바닷가에 살아본 적이 있니?" 나는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바닷가에서 살아봤다고 말이지요. 그랬더니 선생님은 "그랬구나, 바닷가에서 살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썼다면 혼내려고 했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이 거짓말은 뻔히 드러날 거짓말이었습니다. 어디에 살았는지는 조금만 알아보면 다 나오게 돼있으니까요. 나중에 더 혼내고자 한다면 혼낼 수 있었겠지만 선생님은 나의 거짓말을 모른 채 넘어가 주셨습니다.
그때 내가 한 거짓말이 20년이 넘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떳떳하지 못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에겐 두 번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 번은 밋밋하더라도 솔직한 자작시를 쓸 수 있었고, 또 한 번은 당당하게 바닷가에 살아본 적이 없노라 말하는 것입니다. 아쉬운 기억이지만 나는 이 기억을 가끔 꺼내보고 교훈으로 삼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기, 떳떳하게 살기.
스스로에게 솔직한 것이야 말로 나를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내가 나를 진실하게 대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무엇이 진짜였는지 헤매는 날이 옵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등 모두 내가 아닌 나의 삶을 살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고 뒤돌아봤을 때, 지금까지 살아온 생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다면 얼마나 허망할까요.
지금 나의 현주소가 실망스럽더라도 우리 솔직해집시다. 마주한 현실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