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행복한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울리는 기상 알람, 졸린 눈을 비비며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기고 조용히 집을 나서는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요. 상사의 잔소리에 말대꾸 한 번 못하고 화를 죽이고 화장실에서 몰래 우는 사람은 행복할까요? 내가 사장이 아닌 이상 직장에 다니는 게 그리 행복하진 않을 겁니다.
사실 화장실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던 이야기는 저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남자 직원들 밖에 없고, 고온의 용융물을 다루는 위험한 곳이라서 입사 초기에는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도 선배에게 잔소리를 듣고 한 마디 말대꾸도 못 하는 내가 너무 허접해 보이고, 내가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화가 치밀어 올라서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훔쳤습니다. 거울을 보며 꽉 쥔 주먹에는 언젠가 일을 다 배우고 나면 월등한 실력으로 잘근잘근 씹어먹어 주겠다는 다짐이 가득했죠.
입사 초기에는 스트레스를 풀고자 늘 술을 마셨습니다. 운동이나 독서도 직접적으로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비슷한 처지의 동기들과 자주 만났습니다. 즐겁게 스트레스를 풀고 노는 경우도 많았습니다만 종국에는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더 힘들다."와 같은 누가 누가 더 힘든지 배틀로 치닫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이 과열됐고 그런 날은 술을 먹어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야,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냐. 직장은 그냥 돈 버는 곳이야." 사실 그 당시에는 그리 와닿지는 않았습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의미로 친구의 말을 받아들여야 할지 분명해졌습니다.
친구의 말을 나의 식대로 해석하면 "돈 버는 곳에서 당연히 벌어질 수 있는 일에 과한 의미를 부여하지 마라."가 됐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최대한 집중해서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하고, 퇴근하고 나서 나의 삶을 즐기는 연습을 하게 됐습니다. 선배들의 잔소리에 최대한 의미부여를 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퇴근하고 나서 까지 괴롭지 않으려고 회사 메일의 알람을 끄고 전화기는 진동으로 해두었습니다. 나와 직장 사이의 경계선을 만든 것입니다. 신기하게도 나와 직장 사이의 밸런스가 점점 맞춰지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에서의 괴로움이 나의 삶을 좌지우지하면 안 됩니다. 명확한 경계선을 갖고 소중한 나의 삶을 지켜야 합니다. 직장에서의 일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질 필요도 없습니다. 회사에서 평생 우리 삶을 책임져 주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