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장애인

출근길에 마주한 돌발상황과 머리로만 하는 오지랖

by 로비니

어느 출근길, 사람 가득한 지하철에서 난 어김없이 휴대폰에 시선과 모든 정신을 가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하철의 정적을 깨는 앙칼진 짜증을 듣게 되었고, 주위를 살펴보니 1인 전동차(뚜껑까지 덮인)가 열차 턱게 걸려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문이 닫히지 않으니 나가라고 출근길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짜증을 냈던 것이다. 하지만 전동차를 탄 노인은 더 액셀을 밟아 결국 비좁은 열차 속으로 들어오셨고, 그 여자는 “아씨..”라는 혼잣말을 했다. 그러고 5초가 지났을까. 흥분한 노인의 욕설을 시작으로 둘의 말싸움이 2분간 이어졌다. “아가리를 찢겠다”, “찢어라”, “어디서 어린것이”, “나이를 똥으로 먹었나” … 그러던 중 “그만하시죠 큼큼”이라 말한 용기 있는 주변사람 덕분에 말싸움은 잦아들고 다시 지하철은 조용해졌다.


머릿속에 시시비비 센서가 켜지며 그들의 행동을 곱씹어보았다. 아무리 여자가 먼저 핀잔을 준건 잘못이어도 저 욕설은 심히 지나치네. 오히려 “몸이 불편한 것도 미안한데 그렇게 짜증 낼 필요는 없지 않나요”했다면 그 여자가 되려 민망했을 터인데 말이다.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감정 섞인 욕설을 퍼붓는 건 어떤 전제상황이든 이해받지 못할 행동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중 환승역에 도착하였고, 그 여자도 노인도 나도 내리게 되었다. 문 앞에 있어서 역에 도착하자마자 슝 하고 내려 사라져 버린 여자, 사람이 빠질 때마다 안쪽으로 이동해 공간을 만들어준 노인, 모두가 내리길 기다렸다가 나와 바로 앞 에스컬레이터가 아닌 떨어져 있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간 노인.


“안 그래도 기분 더러운데 저 x 같은 x가 ~”라는 그의 말이 스쳐 지나가며 꺼져있던 내 공감센서가 작동했다. 어쩌면 그 노인은 출근길 지옥철에 가뜩이나 큰 전동차를 끌고 들어가기 눈치 보이고 불편하진 않았을까. 당연한 권리가 본인에게는 민폐라 느껴지는 게 억울하진 않았을까. 거기에 대놓고 핀잔을 주니 더 발끈한 건 아닐까.


살벌하게 육두문자를 쏟아냈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해 보이는 노인에게 다가가 좋은 하루 되시라고 한마디 건네고 싶었지만 환승 열차를 놓치면 안 되므로, 괜히 그랬다가 나도 욕먹을 수 있으므로 포기했다.


처음 전동차가 걸린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아, 말로만 듣던 지하철 장애인 시위를 내 눈앞에서 목격하다니… 택시를 타야 하나.’라고 생각하던 내가 떠올랐다. 이래서 아침마다 그들의 분노를 공유하기 위해 지하철 시위가 벌어지는 것인가 싶었다. 장애인 시위로 중요한 날 지각 위기에 놓여 택시 타랴 마포대교 중간에 내려 뛰어가랴 난리를 쳤던 적이 있어 진짜 왜 죄 없는 우리한테 피해를 주는 거냐 생각하며 화나기도 하던 나였는데, 이번 일로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온전히 못 누리는 그들의 고충이 이해가기도 했다. 출근길의 고통인 장애인 시위가 없는 우리 사회를 위해 그들의 상처를 치유할 작은 배려는 어떤 행동이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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