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의 득과 실

평범하며 이상한 사람의 관점에서 본 직장생활의 득과 실

by 로비니

직장생활엔 득과 실이 분명히 존재한다.


먼저 득부터 이야기하자면 때로는 귀찮지만 자존감을 올려주는 소속감, 따박따박 박히는 월급으로 인한 안정적인 생활, 회사의 다양한 복지제도, 규칙적인 삶, 직장생활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배움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내게 있어 특히 소중한 배움은 ‘신중함’. 다소 신중하지 못 한 성격이었던 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조직 내 생각지도 못한 뒷말을 만들어 내고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을 온몸으로 겪어가며 절실히 배웠다. 또한 국가의 돈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회사이다 보니 작은 실수에 대한 잣대도 더없이 엄격하였다. 처음엔 ‘아니,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더라도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고민하고 행동해야 돼?’라 생각하던 난 실제로 생각지도 못했던 작은 일로 문제가 되는 것을 목격하고,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운 일이란 걸 깨달았다. 그렇게 조직에 틀에 맞춰 내가 깎이고 깎이다 보니 어느새 나는 일할 때만큼은 문제 발생 상황들을 내 나름대로 치밀하게 따지고, 진행하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난 미완벽의 표본이기에 가끔은 작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언제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습관이 되어 결과적으로 큰 문제는 없이 일할 수 있었다.


하 지 만. 듣기만 해도 피곤한 저 말들처럼 저렇게 살다 보니 난 정신이 병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해야 할 일에 치여서, 살기 바빠서 병든 걸 인식하지 못 한 채로 꽤 오래 지내왔다. 언젠가 조금씩 몸이 안 좋다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도 이건 모든 직장인들이 겪는 일이니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거라 여기며 나를 돌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보통 입꼬리를 올려놓고 살아 웃상이란 말을 자주 듣는 나는 어느 순간 없어졌다. 점심시간 제외한 근무시간 중 입꼬리가 항상 내려가 있기는 당연하거니와 상사가 기분이 안 좋은 날 보고 중 어이없는 트집을 잡히면 마스크 안으로 여러 비속어를 음소거로 말하곤 했다. 술에 취하면 그 억눌림의 폭발로 그전에는 전혀 없던 폭력배가 되는 주사가 생기기도 하였고, 유난히 또래대비 흰머리가 많았던 직장 선배들처럼 나의 흰머리도 늘어갔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그래도 조금은 현실적이지 못하고, 미래지향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살던 어느 날,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날이 찾아올 수 있었다. 이렇게 30년을 더 사는 걸 상상하니 내 삶이 별로인 축에도 못 끼는 구린 인생처럼 느껴졌다. 물론 우리 조직에 있던 선배들을 보면 사회적으로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온 월급을 다 바친다면 자녀들에게 유학이나 국제학교를 보내줄 정도는 되고, 풍족하진 않아도 나름 서울이나 수도권에 아파트 한채 장만하여 이자를 갚아가며 살 정도는 된다.(부부가 서로 비슷한 수준의 맞벌이인 가정하에..) 그런데 그렇게 살면(물론 그럴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80살 즈음 내 스스로 ‘아~ 나 인생 멋지게 살았네! 만족스럽다!’라고 말하지 못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사회적인 기준이 아닌 결국 내 삶을 직접 살아가야 되는 나의 기준에 만족할 삶인지 고민했고, 그 결과는 no였다.


그래서 일을 그만두겠다고 결심은 내렸지만 현실적으로 대책 없이 그만둘 수는 없다. 평범한 집안에 태어나 평범하게 살아온 나로서 먹고살기 위한 수단은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 뭘 해 먹고살아야 지금의 내 삶보다 만족하고 살 수 있을지, 그걸 먼저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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