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지도 이야기
김정선 (서울시 전문서기관)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 북랩)』 저자
나는 서울시 전문서기관으로 4년을 교통지도과장으로 지내면서, 주야로 단속 공무원들과 함께 현장을 누비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그 과정에 당시 단속체계의 한계를 느끼면서 ‘시민들로부터 박수 받는 ’정의로운 단속에 대한 실체적 대안을 탐구하여 『단속체계 고도화』라는 거대한 담론을 완성할 수 있었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당시에는 고달프면서도 안타까움이 우러나는 애달픈 에피소드가 많았다. 나는 시민들과 단속 공무원들 모두로부터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많은 욕을 얻어먹은 기억들이 있다.
긴 시간이 흐른 지금은 한 폭의 수묵화와도 같은 애뜻한 기억들로 남아있다. 평생 들어먹을 욕을 4년간 다 들었던 것 같다^^
70세에 가까운 분이 자전거순찰대원 채용시험에 응시하여 자전거 타기 실기시험, 자동차 운전능력 테스트 등을 통과한 후 면접시험에도 합격한 다음에 나에게 하신 말씀이 새록새록 기억에 남아있다.
“월급은 욕값이다”라고.
그분은 시험 합격 후 집안에 공무원이 처음 탄생한 것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계신 분이었다.
단속체계고도화 이후 단속 공무원들은 심한 욕설이 난무하고 거센 저항이 제기되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고 꼭 필요한 단속을 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단속현장에서 위반자들의 거센 저항과 위협에 한번 굴복하여 패배자처럼 물러나게 되면 그 다음에는 동일한 장소에 갈 수가 없게 됩니다. 끝까지 어떻게든 단속하면 그 다음에도 그 장소에 가서 단속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이 말은 어느 단속 공무원께서 말씀하신 내용인데, 당시 단속 공무원들의 결연한 단속 의지를 보여주는 명언이라 생각한다.
나는 주차단속 공무원들과 합동단속을 여러 차례 했었다. 담당 과장이 현장에서 단속 공무원들과 함께하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단속이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단속 공무원들이 느끼는 애로는 무엇인지 등등 단속의 실효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합동단속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
한번은 관악구의 남부순환로변에 위치한 유명 음식점이 점심·저녁식사 시간대 등에 방문하는 고객 차량들을 보도 등에 불법주차하는 상습적인 발렛파킹으로 인해 보행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어, 다수의 단속 공무원들과 함께 합동단속을 실시한 적이 있었다.
나를 포함하여 7∼8명의 주차단속원들이 함께 현장에서 단속활동을 벌이고 난 후에, 다른 장소로 이동하여 불법 주차된 차량에 대해 단속절차를 진행하려고 스티커를 차창에 부착하려는 순간, 위반 차주가 나타나서는 엄청난 욕설을 쏟아내면서 격렬하게 저항하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한평생 사는 동안 직접 들어보지 못했던 정말로 심한 욕설이었다.
그분은 현장을 떠나려는 우리 일행을 향해 “배××를 칼로 찔러 죽여 버리겠다” 등등 저주 섞인 욕설을 퍼부으면서 단속용 관용차량 앞바퀴 부분에 드러누워 버렸다. 우리는 그곳에서 별의별 욕을 30분 정도 들어먹다가 간신히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절실히 느낄 수가 있었다. 내가 강조했던 시민 눈높이 맞춘 “필요하고도 적정한 단속” 전략을 현장에서 올바르게 집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현장에서 체험으로 느낀 것이다.
가끔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이 끝난 후 혹한의 심야 시간에 강남역이나 종로 거리 등에서 택시 승차거부 단속을 하고 있는 단속 공무원의 단속행태를 고찰하기 위해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곤 하였다.
겨울철이라 머리에 두터운 모자를 푹 눌러쓰고 해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끔 지켜보곤 했다. 그들이 잘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지도감독 차원은 아니었고, 승차거부 단속하는 방법들을 지켜보면서 보다 나은 방법들을 연구해보자는 순수한 의도였다.
그런데 나중에 어느 사무실 직원이 나에게 다가와서는 단속 공무원들이 과장에 대한 불평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말을 전해 줬다. 과장이 단속현장에 몰래 와서 숨어서 자기들이 단속하는 것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나는 얼굴을 가리고 멀리 떨어져서 잠깐 지켜본 것이었는데, 귀신같이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나의 본의는 그런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2편은 다음에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