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폭의 수묵화도 같은 애뜻한 기억들-2편

교통지도이야기

by 김정선

김정선 (서울시 전문서기관)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 북랩)』 저자


시민들로부터 박수받는 교통지도 단속업무 혁신에 올인하다!

나는 서울시 전문서기관으로 4년을 교통지도과장으로 지내면서, 주야로 단속 공무원들과 함께 현장을 누비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그 과정에 당시 단속체계의 한계를 느끼면서 ‘시민들로부터 박수 받는 ’정의로운 단속에 대한 실체적 대안을 탐구하여 『단속체계 고도화』라는 거대한 담론을 완성할 수 있었다.

1편에 2어 두 번째 이야기다.


[ep. 3] 청산가리도 뒤집어 쓸 뻔 했다

인사가 만사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사건이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삼고초려까지 하면서 중용했던 인사주임과 함께 근무하고 있었던 어느 날이었다.

부족한 인력 문제로 불가피하게 4개 지역대 근무 인력에 대한 재배치 인사발령이 있었던 지 얼마 안 지난 시점이었다.

그 인사발령에 불만을 가진 나이 드신 직원 한 분이 씩씩거리면서 흥분한 상태로 과장실로 들이닥쳤다. 듣고 보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년을 6개월 남겨놓은 상태에서 다른 지역대로 발령을 낸 것이어서 나도 그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과장에게 청산가리를 뿌려버리고 싶다”

그분이 쏟아낸 말이었다. 그분은 내가 업무 실력을 인정하고 있어서 인사의 불가피성을 이해해 줄 것이라는 판단하에 그런 인사를 한 것인데, 서운하기도 하였지만 사실 관계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역지사지하면 그분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그분도 며칠간 출근을 하지 않았다. 담당 부서장으로서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인사주임을 중심으로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그 직원을 출근시킬 수 있는 사람은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고 특히, 부인이 광화문 부근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나와 인사주임 등 해서 몇 명이 그 식당을 찾아갔다.

부인에게 인사발령의 불가피성을 진정성 있게 설명하고 남편을 설득시켜 달라고 부탁드렸다. 다행히 부인의 설득이 유효했는지 직원이 출근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인사가 만사’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ep. 4]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택시승차거부 단속공무원의 애환

택시 승차거부 단속 공무원들은 4명이 1조를 이뤄 심야 시간에 서울의 주요 도심에서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생명의 위험을 감내하면서 승차거부 단속에 나선다.

내가 근무한 4년 동안에 수차례에 걸쳐 단속 공무원들이 단속 중에 부상을 당한 사례를 접하였다. 특히, 강남역 부근에서 승차거부 단속 중에 택시 급발진으로 부상을 당한 경우가 있었는데, 해당 택시운전자를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하기도 하였다.

나에게 보고되지 않은 사건도 꽤나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승차거부단속시스템은 꽤나 조직적으로 짜여있다.

움직이는 택시 차량을 대상으로 4명이 1개 조로 움직이는데, 1명은 승차거부차량 전면에 서서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고, 다른 1명은 승차거부 사실을 고지하면서 사진 촬영하고, 1명은 단속적발고지서를 6하 원칙에 따라 작성하고, 1명은 위반사실을 입증하는 승객인터뷰 등을 동시에 진행한다.

나도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하면서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많이 목격하였다. 택시기사가 거세게 항의하면서 택시를 막고 있는 단속공무원을 밀고 나가려고 액셀을 밟기도 하면서 심한 욕설을 내뱉어 댄다. 그러다가 잘못되면 단속 공무원을 치고 나가는 경우도 발생한 적이 있었다. 위험한 장면을 보면서 그분들의 안전을 특별히 보장해야겠다는 다짐을 여러 차례 한 바 있었다.


[ep. 5] 불법주차 시민신고 과정에서 해병전우회 어르신들로부터 들으면 안 될 얘기를 듣다

“네가 뭔데….” “너는 그렇게 깨끗하냐! 털면 먼지 안 나오냐!”


이 말들은 불법주차 차량을 시민신고 하는 과정에 내 휴대폰도 빼앗길 뻔한 위기상황에서 해병전우회 회원분들에게 들었던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품격 없는 말들이다.

그날 정동교회에서 큰 행사가 있어서 그런지 교회 앞 보도에 불법주차된 고급 차량들이 즐비했다. 나는 시민신고를 잘 활용하면 주차질서 확립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직접 체험하려 했던 것이다.

불법주차 장면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는데, 차주로 보이는 중년부인과 딸이 나타나서는 “왜 사진을 찍느냐”고 따져서 사실대로 불법주차 차량으로 신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핸드폰 속의 사진을 지워라, 핸드폰을 보여달라 등등 거센 항의가 제기되었고, 교통질서 유지를 위해 근무 중인 두 분의 고령의 해병전우회 어르신이 나타나서는 나에게 위와 같은 ‘어르신들이 젊은이들에게 해서는 안 될 얘기’들을 쏟아낸 것이다.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 나무란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잘못한 정도가 ‘도긴개긴’인 경우에는 누가 누구를 비판해서는 안 되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의 지론은 ‘덜 더럽혀진 사람이 더 많이 더럽혀진 사람을 비판할 수 있어야 사회가 조금이라도 발전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세상에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 글은 글쓴이의 저서『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정치는 짧고 행정은 길다-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