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폭의 수묵화도 같은 애뜻한 기억들-3편

교통지도 조직 개편&나

by 김정선

교통지도 업무혁신의 대가(代價): Worst Five 훈장


김정선 (서울시 전문서기관)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 북랩)』 저자


개혁의 첫 걸음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용기에서

행정조직은 때로 ‘무사안일’이라는 단단한 벽을 두르고 있다. 누구도 손대지 않는 일,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영역을 들여다보는 순간, 공직자는 외로워지고, 때론 오해의 중심에 선다.


그러나 변화는 늘 그런 자리를 감수한 사람의 몫이었다.

이 글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교통단속 조직’의 구조조정과 효율화라는, 말하자면 ‘작지만 진짜 행정’에 도전했던 한 공직자의 회고이자 기록이다.


단속을 강화하자는 게 아니다. 상식과 납득의 기준으로 다시 짜보자는 제안이었다.

그 과정은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때론 ‘불명예’로 낙인찍히는 고단한 길이었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행정이 침묵하는 사이, 시민의 불편은 말없이 쌓이고 있었노라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의 숙명

세금을 아끼고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행정조직은 때론 인력 재배치 또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행정수요 변화에 맞춰 한정된 인력과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될 필요가 있다.


교통지도과장 재임 2년 차에 접어들면서 6개의 지역대를 4개로 통합 조정하고 직원들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충과 에피소드가 있었겠는가!


교통지도조직 운영의 방만성에 가슴아파하다

교통지도과는 당시 6개 지역대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1개 지역대당 6명의 공무원이 근무하면서 120여 명의 단속 공무원과 질서계도요원 60여명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 3개 지역대가 같은 빌딩, 같은 층에 위치하면서 1개 지역대당 6명씩 총24명의 관리인력이 일하고 있었다.


나는 그 당시에 이런 낭비적인 조직 운영에 대해 시민들이 알게 된다면 얼마나 서울시를 비난할 것인지 걱정되었다. 민간 조직에서는 이런 방만한 조직 운영은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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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3개 지역대를 1개로 통합하면서 부족한 관리인력 문제를 해소하면서 세금 낭비도 줄이고 경영효율화도 도모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 남아도는 인력과 장비를 다른 지역대와 본청 사무실로 적정하게 분배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게 되었다.


한 지붕 세 가족처럼 옹기종기 모여 소꿉놀이하듯이 오순도순 근무하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통합되면서 뿔뿔이 흩어져야 했으니 그런 구조조정을 추진한 부서장인 나에 대한 직원들의 원성과 불만이 어떠했겠는가는 불문가지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2개 지역대에 근무했던 12명의 공무원들과 다수의 단속 인력들이 정들었던 원래의 근무지를 떠나 다른 지역대로 뿔뿔이 흩어져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어했을까?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런 비효율적인 조직관리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왜 내가 교통지도과장으로 발령받기 전까지 그런 상황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단속행위와 같은 규제행위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관심사항이 아닌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부서장 등 중간 관리자들도 단속 체계 개선과 같은 것에 관심이 없고 현상 유지만 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속행위와 같은 규제행정도 시민들의 요구에 맞춰 꼭 필요한 단속업무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더 집중해야 하기에 때론 그 일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안정 추구 욕구와 상충될 수가 있는 것이다.


민선 자치단체장에게 규제행정은 마치 “계륵”과도 같은 것인데,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관심들이 저조한 실정이다.


공무원들이 너무 열심히 하면 구청장에게 혼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단속해달라는 민원이 있으면 현장에 느지막이 출동하여 이동 조치와 같은 아주 약한 수준의 단속 강도를 적용하는 등의 형식적 단속에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루틴에 매몰된 불법주차단속의 명암(明暗)

불법주차된 차량을 단속해달라는 신고가 접수되면 3시간 이내에만 처리하면 된다는 민원처리규정에 따라 느지막이 현장에 출동하여 그때까지도 불법주차된 차량이 있으면 적당히 운전자에게 이동조치를 명하고 얼버무리고 자리를 떠 버린다.


“단속하되 봐주기”식의 형식적 수준으로 얼버무리는 것이 상식적으로 최상의 방안이될 수 있다.


주차단속요청 민원에 대한 3시간 이내 처리 원칙과 관련하여 내가 경험했던 ‘웃고픈’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이 건은 내가 시민신고를 통해서 불법주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 어느 구청에서 주차단속 요청을 한 민원인에게 답변한 내용을 조사한 것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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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금요일 오후 5시쯤 불법주차된 차량을 단속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하였는데,

3개 근무시간 처리 원칙에 따라, 다음 주 월요일 오전 10시쯤 단속 공무원이 현장에 출동

하여 “현장에 출동하여 가보니 신고된 차량이 이동하고 없습니다”

라고 민원인에게 답변하고 종결처리를 하였다.


당시 나는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되나 싶어 확인해 보니, 서울시 민원처리규정에 따르면, 주차단속 요청민원은 “즉시처리”가 원칙이며, 그것은 민원 접수 후 ‘3개 근무시간’ 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위와 같은 우스꽝스러운 답변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교통지도행정 서비스가 서울 하늘 아래에서 자행되고 있었다.

불법주차된 차량은 보통은 10분에서 30분이 지나면 신고된 장소를 이탈하게 되는데, 단속 공무원이 느지막이 현장에 도착하면 차량은 보이지 않고 자연적으로 민원이 해소되어 버리게 되어 단속공무원 입장에서는 꽤나 괜찮은 것이다.


편의주의적 규제 루틴이 가져온 해악

그러나 이와같은 편의주의적이고 자의적인 단속은 단속 공무원들의 업무만족도도 떨어지고 자존감도 감소하게 되는데, 교통현장의 무질서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 느낄 수 있는 희열감이나 쾌감을 맛보지 못하니 말이다.


그러면 그 조직은 쇄락의 길을 걷게 되고 결국에는 공중분해되고 말 것이다. 시민 눈높이에 맞춰 단속 전략과 수단을 보완, 마련하는 게 우선되어야 하고 그와 함께 단속조직과 단속공무원을 업그레이드 하는 게 필요하였다.


지금 생각해도 보람있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물론, 그 힘든 일을 하면서 온갖 비난을 받은 나는 개인적으로는 많은 어려움에 처하기도 하였다. 단속조직 통합으로 막대한 인건비 절감과 사무실 임대료 절감 등을 생각하면 정말 큰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이 든다.


지금은 주차단속 업무를 거의 다 자치구로 이관하다시피 해서 무의미한 과거의 이야기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 단속체계고도화 차원에서 추진했던 단속조직 통합과정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었다.


「Worst Five」선정이라는 영예를 얻다

교통지도과 4년간의 재직 기간 중 나름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났지만, 나는 그 과정에「Worst Five」 부서장에 선정되는 등 불명예를 떠안게 되었다.


많은 직원들이 나로 인해 아픈 마을을 가지고 교통지도과를 떠났다.


“시민들로부터 박수받는 단속행정”을 캐치프레이즈로 시대상황의 변화에 맞게 “위반정도에 상응하는 탄력 단속: 위반 정도가 심각한 경우에는 쎄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약하게”를 주된 단속전략으로 1천여 명의 단속인력들에게 체득하도록 하였다.


“운전자가 현장에 있어도 불법주차 정도가 심각한 경우에는 단속한다”, 주당 20시간 근무체계를 주당 30에서 35시간으로 강화하는 등 단속체계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많은 직원들이 힘들어했다.


단속 공무원들과 직원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무도 관심없는 불법주차 단속 등에 왜 부서장이 그렇게 집착하는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닐까”

결론적으로 매년 140억원의 인건비 등 예산이 사용되고 있는데 단속주체들은 편의주의적 단속 루틴에 매몰되어 있어 이를 혁파하고픈 열망에 기인한 것이었다고.


부서장인 나의 “루틴 혁파” 과정에 직원들의 불만이 시의회, 서울시 인사 부서 등에 전달되기도 하였으나 나는 4년이라는 긴 세월을 근무할 수 있었다. 이 기록은 서울시 역사에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비록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지라도…. 이는 자랑이 아니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마무리 : 기록되지 않는 행정의 진심을 위하여

단속체계를 고도화했다고, 조직을 줄였다고 박수받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 과정을 겪은 공무원은 "Worst Five"라는 낙인을 찍히기도 한다.


그러나 시민에게 납득받을 수 있는 행정을 만들겠다는 신념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공무원은 정권이 바뀌어도, 조직이 바뀌어도 남아야 한다.


남아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책임을 다했노라는 믿음이다.


이 글은 무언가를 자랑하려는 글이 아니다.

다만,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공서비스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를 위해 조용히 ‘기꺼이 미움받을 사람’이 되어야 했던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다.


루틴을 깨는 일은 늘 외롭다.

하지만 그 외로움마저 감당할 각오 없이, 행정의 진심을 말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4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함께하면서, "교통지도단속체계 고도화"라는 작업을 함께해준

서울시 교통지도과 직원분들께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드린다.


P.S. 상반되는 가정 두 가지

나는 서울시 전문서기관으로 서울시 인사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만들었다. 교통지도과장으로 4년을 재직한 것인데... 이는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기록이 될 것이다.


역사란 가정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두 가지 가정을 해보고자 한다.


첫째, 내가 만약 4년 동안 도가의 “무위(無爲)철학”에 심취하여 보냈다면, 오늘날의 온전한 정신을 가진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V. S

둘째, 내가 만약 도가의 “무위(無爲)철학”에 심취해 과거의 루틴에 빠져들었다면, 나는 길어봤자 2년 이내에 교통지도과를 떠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글은 글쓴이의 저서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에 담긴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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