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영웅들
김정선 (서울시 전문서기관)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 북랩)』 저자
나는 서울시 전문서기관으로 4년을 교통지도과장으로 지내면서, 주야로 단속 공무원들과 함께 현장을 누비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그 과정에 당시 단속체계의 한계를 느끼면서 ‘시민들로부터 박수 받는 ’정의로운 단속에 대한 실체적 대안을 탐구하여 『단속체계 고도화』라는 거대한 담론을 완성할 수 있었다.
1편, 2편, 3편에 이어 네 번째 이야기다.
도로교통법상 서울시는 불법주차 단속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과태료 부과권은 없다.
“서울시가 불법주차 단속한 건에 대해서 서울시가 과태료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도로교통법시행령 개정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이 건에 대해 자치구 의견을 조회하는 과정에 거의 모든 자치구에서 자치구 수입이 감소한다는 이유로 반대하였다.
만약「서울시의 주차단속권과 과태료부과권 일원화」 관련한 법령개정이 잘 처리되었다면 서울시가 매년 30만 내지 40만 건 정도의 불법주차 단속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100억 원 이상의 과태료수입이 서울시 세입으로 처리되어 주차단속이 더 이상 “계륵” 취급을 받지 않을 수도 있었다.
자치구에서는 서울시가 주차단속을 쎄게(제대로) 하는 것을 싫어한다. 서울시는 단속만 할 수 있지, 과태료는 부과할 권한이 없다. 그래서 서울시가 단속한 것을 해당 구청으로 보내서 구청장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주차단속민원이 해당 구청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시가 단속한 건은 서울시가 부과한다는 “단속권과 부과권의 일원화”에 대해서 자치구에서는 찬성할 것으로 판단했는데,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그리되면 자치구 수입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과태료 부과라는 일종의 권한 축소에 따른 상실감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 같았다.
지금은 서울시청 조직도상에서 “교통지도과”가 사라진 원인(遠因) 중의 하나로 “주차단속 과태료 부과권” 취득 실패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시가 매년 단속 공무원 인건비 등으로 100억 원 이상을 사용하면서 얻는 게 무엇인가? 하는 비용 논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주차단속에 투입되는 행정비용과 과태료 수입만 비교하여 실익을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서울시가 주차단속을 직접 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성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민선 지자체장이 들어서면서부터, 선거에서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구청장들이 불법주차단속과 같은 규제행정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없는 상황에서, 서울시와 같은 광역지자체가 교통수요관리라는 뚜렷한 명분을 가지고 법령개정 등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불법주차 단속권한”을 확보하여 추진한 결과, 도심으로의 차량통행량 감소와 물류비용 절감 등에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어찌 됐든 일부 구청에서 마치 서울시가 몇 푼 안 되는 과태료 수입을 챙기려고 주차단속권과 과태료부과권을 일원화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는 식으로 언론에 흘린 결과, 서울시에 상당히 불리한 여론이 형성되어 버렸다.
그 과정에 행정부시장실에도 불려가서 부서 입장에 대해 설명드리면서 나름 관철시키려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자치구의 반대 의견을 반영하여 서울시도 ‘부동의’하는 것으로 하여 종결 처리하였다.
당시에 느끼는 감정은 “참으로 안타까웠다”라는 것이었다.
서울시와 자치구 교통지도단속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함께 속초바닷가에서 1박 2일로 직무 워크샵을 처음으로 개최하였다.
구청 소속의 공무원들은 주차단속부서에 발령받는 순간부터 다음 인사에는 다른 부서로 옮길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들이 하는 업무가 마치 ‘계륵’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고, 단속하지 말라는 민원과 단속해 달라는 민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이어서 구청 직원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서로 고충을 얘기하고 현장에서의 교통지도업무의 수용성을 제고하는 방안 등에 대해 깊은 논의의 시간을 가지면서, 한편으로는 업무 스트레스로 피폐해진 심신을 힐링할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진행하였다.
속초 바닷가 횟집에서의 맛있는 저녁 식사와 바닷바람을 맞으며걷는 기분은 참으로 좋았다. 서울과 속초를 오가는 길에 봄바람에 흩날리는 벛꽃을 바라보면서 버스 안에서 들었던 가수 이적과 버스커 버스커의 “걱정 말아요 그대” “벛꽃 엔딩”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한폭의 수묵화도 같은 애뜻한 기억들"을 마무리하면서, 심야의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안전한 귀가와 안전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불철주야 함께했던 지난 날의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