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선 서울시 전문서기관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5.1., 북랩)의 저자
기후위기는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경고가 아니다.
일상의 전력소비, 도심의 열섬현상,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은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 한가운데서
벌어지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 속에서 우리는 기술적 해법뿐만 아니라 윤리적 책임을
묻고 있다.
특히 더 가진 이들, 더 많이 쓰는 이들,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는 기후위기 앞의
더 강한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노아의 방주! 기후재난으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현재와 미래에 인류를 지켜줄 수 있는 대안은 획기적인 신재생에너지 생산·확충일 것이다.
신재생에너지가 기후재난시대에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노아의 방주’가 아닐까 싶다.
탄소중립이 선진국의 새로운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구두선이 아니라면 말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절감, 고효율장비 보급, 친환경차 보급, 친환경건물 보급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들이 열거될 수 있지만 그 중 핵심적인 것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것일 게다.
고도화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전기 먹는 하마’로 비견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차량 보급 확대 등에 막대한 전기에너지가 필요한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난 정부에서는 태양광의 “태”자도 꺼내지 못하도록 했었다.
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충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 확충이 관건인데,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가동해야 한다.
이전 정부에서 유럽연합(EU)에서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키고 있어 한국도 원전을 마치 신재생에너지로 간주해서 확대 보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원전이 그런 대우를 받으려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처리대책을 수립하고 처리시설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현재 대한민국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이 전무하고 계획 중인 것도 없어서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정책에서 환영받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한국에는 2014년 완공된 경주에 설치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 유일하며 이마저도 포화상태여서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하며, 핵연료의 재처리 공정에서 나오는 고방사능 폐기물을 처리할 시설은 아직 마련하고 있지 않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1.5˚C 이하로 유지하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최근 발표하였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신속하게 확충해야 하는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적인 분쟁 상황 확산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 등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탄소중립’ 화두가 뒷전으로 밀려버린 상황에 이르렀다.
세계 경제가 먹고사는 문제에 천착하면서 시민들에게 부담을 가중하는 친환경 교통정책이나 친환경 에너지정책에 대한 시민들 반발이 선진국에서조차 거세지고 있다. 시민들의 삶의 질이 많이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다는 게 “배부른 자의 공허한 외침”으로 느껴진다.
서울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4천 6백만 톤(‘22년)으로 이는 시민 1인당 4.8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수준이다. 주요 배출원인 건물 부문과 수송 부문에서 각각 68%, 18%를 배출하고 나머지 15%는 폐기물 처리, 산업공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는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친환경건축물로 전환하는 사업과 전기차 보급, 대중교통 활성화 등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기후동행카드’ 시행도 교통복지 수단과 함께 승용차 이용자의 대중교통으로 전환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이다. 물론 매년 막대한 재정투자가 불가피하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2005년 배출량 대비 4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건물 분야의 친환경건축물로의 전환이 급선무다.
신축은 제로에너지빌딩으로 건축하도록 기준을 강화해야 하고, 기축 건물은 리모델링 등을 통해 고효율 에너지절약형 건물로 전환해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 디지털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고 있어서 패시브 방식의 에너지절약형으로는 탄소중립 실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건물 자체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특히,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야만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건축물이 될 것이다.
문제는 서울의 건물 60만 동 중에서 절반 이상이 사용 연수가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건물이라는 데 있다.
따라서 답은 간단명료하다. 노후화가 심한 건물을 신축건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태양광과 지열 등을 활용한 제로에너지빌딩(ZEB)으로 건축토록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건물에너지효율화(BRP)와 함께 태양광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건물 옥상(지붕)이나 여분 공간 등에 설치해야 한다.
물론 앞으로 기술이 고도화되면 태양광발전도 저비용으로 고효율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친환경건축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도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러하지 못하다.
건축비 상승으로 인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수요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친환경건축물로 전환은 건물(주택) 가격 및 임대료 인상을 가져오고 결국은 전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여 쉽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친환경건축물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용적률 완화와 같은 인센티브 등을 부여하고 세제감면 혜택 등을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
거친 발상일 수도 있겠지만, 정부에서도 기후대응기금 외에 별도로 “친환경건축기금”을 조성하여 장기저리 융자제도를 도입하여 신축·기축 건물의 제로에너지빌딩으로 전환을 확대하여야 한다.
‘친환경건축기금’은 제로에너지건축물(ZEB) 1등급 이상 인증 건물에 대해 기준금리 대비 1% 이하 수준의 최장 20년 융자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건물에는 10억이나 20억 원 수준의 지원은 실효성이 낮을 수 있어, 기금지원 한도와 대상 기준을 현실화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기금 마련을 위해 기후대응복권 발급을 검토했으면 한다. 기획재정부 주도로 ‘기후대응복권’을 신설하여, 연간 1조 원 이상을 목표로 복권위원회를 통해 발행할 수 있다. 이 복권의 수익금은 기후기술 R&D 투자 및 시민 태양광 설치지원에 활용된다.
특히 복권 구입자에게는 ‘탄소포인트 제도’와 연계하여 구매 동기와 기후참여 인센티브를 동시에 제공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아니면 기존에 대기업들에게 감세 혜택을 줬던 법인세 등을 탄소세로 전환하여 그 재원으로 기금화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한 일이다.
수송 부문도 전기차나 수소차 보급으로만 온전하게 탄소감축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아시다시피 전기차의 경우 한국은 60% 이상(‘23년)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발전하여 얻은 전기를 충전하고 있어서 여전히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50% 수준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 차량유종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 전기차 0.99톤, 내연기관차 1.96톤
신재생에너지 및 원전 등 무탄소 에너지를 이용한 전기 생산이 100%가 되는 경우에 전기차의 탄소배출이 ‘0’이 될 것이므로, 신재생에너지 전기를 대폭 확충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술 촉진을 기대해야 한다.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투자를 해야 한다.
전기차도 충전식이 아닌 태양광 발전을 차량 자체가 하면서 운행하는 전기차를 개발하면 된다.
건물구성물인 외벽 유리나 건축 자재 등을 활용하여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도록 국가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20년 30년 후를 내다보면서 과감한 투자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성공할 수 있는 연구안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할 수 있지만 성공하면 대박을 칠 수 있는 연구안이 있다면 30년 40년 투자한다는 구상으로 투자해야 한다.
선진국들이 RE100 기업제품만 우선 구매하도록 요구하는 경향이 드세어지고, 기후기술을 무기로 신기술 패권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잠시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분쟁으로 인해 세계적인 공급망 교란이 발생하여, 세계 경제가 휘청이는 상황으로 인해 ‘탄소중립’이라는 지구적 과제가 다소 위축된 느낌이 있지만, 향후 국제정세가 안정화되면 ‘탄소중립’은 여전히 세계적 화두가 될 것은 자명하다.
기후테크산업을 발전시켜 물만 가지고도 수소를 생성해서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고, 달리는 자동차가 태양광과 풍력을 활용하여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여 조달하고, 도로와 건물이 태양광(열)과 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상상에서 그치지 말고 바로 현실화할 수 있는 정책들과 미래 50년 뒤를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기후테크 연구개발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포퓰리즘적인 선심성 예산만 줄여도 필요한 R&D 재원은 충분히 확보 가능할 것이다.
CF100이 아닌 RE100으로 가야 하는 이유
CF100은 “무탄소 전력”을 의미하지만, 원자력 발전도 포함될 수 있어 완전한 지속가능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반면, RE100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이전 정부에서는 탄소중립이라는 도전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핵심 수단으로 ‘원전’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현재도 포화상태에 있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추가 확충은 차치하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장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원전’을 탄소중립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요즘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 한국처럼 인구밀도가 높고 국토 면적이 좁은 국가에서 서울이나 대도시 등에 SMR을 설치하는 것이 과연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시된다.
땅덩어리가 광활한 미국, 중국 등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다.
정치가들이 국가안보는 ‘백만분의 일’의 불안 요소만 있어도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원전의 안정성은 오로지 신 외에는 알 수 없음에도 원전을 더 많이 확충해야 한다고 한다.
원전의 위험성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등으로 입증되었다.
앞으로 더욱 심화될 기후변화로 인해 기후재난이 증가할 것은 명약관화한데, 대부분 바닷가에 위치한 원전이 고스란히 그 재난으로 인해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가능성을 얕잡아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원전은 차선책이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분야를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CF100(무탄소)은 현실적일 수 있으나 그것이 궁극의 목표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인류의 안전과 미래세대를 위해서는 RE100이 대세가 되어야 한다.
시민들은 탄소중립을 희망한다. 심지어 젊은이들 중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기후재난으로 초래될 미래 지구멸망 등을 걱정하여 결혼을 포기하고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현세대는 미래세대를 위해 에너지사용을 절제하면서 스스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야 한다.
그러한 방안 중 하나가 태양광발전과 같이 누구나 손쉽게 할 수있는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시민 스스로 참여하는 것이다. 상당수의 시민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 없이도 자력으로 태양광 발전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할 수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으로 최고이기 때문이다.
주택 등 건물에서 사용되는 전기의 일부를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 가능하다면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지구의 온도상승을 막는 데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자율적인 시민문화운동으로 추진해 볼 것을 제안해 본다. 제도적으로 “개인 발전량 계량기 연계 및 RE100 개인 인증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이는 시민이 자신의 주택 또는 건물에서 생산한 태양광 발전량을 계량기로 측정해 등록하면, 일정 기준 이상 달성 시 ‘개인 RE100 인증’을 부여하고, 이를 전기요금 할인이나 세제 혜택과 연계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대중교통 활성화 기조를 훼손시키는 각종 정책의 엇박자를 정상화하도록 조율해야 한다.
기후동행카드 시행과 함께 남산혼잡통행료를 정상화하고 서울 시내 곳곳에 승용차가 다니지 못하게 보행전용공간을 확대하고 도로다이어트를 통해 그 공간에 나무를 심고 시민이 보행하고 사계절 푸르름을 느낄 수 있는 정원도시를 조성함으로써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 문명의 전진이었다. 신재생에너지와 기후기술은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 남길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산이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화석연료에 의존한 산업과 일상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신재생에너지와 기후기술로 전환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을 다할 것인가.
진짜 리더십은 더 늦기 전에 움직이는 것이다.
서울 한복판에 소형모듈원전을 지을 수 없다면, 우리에겐 한국형 탄소중립 전략이 필요하다.
상상은 이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원도시, 탄소제로 건축물, 시민이 만드는 에너지....
그것이 기후재난시대의 새로운 품격이고,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제다.
*글쓴이의 저서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에서 실린 내용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재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