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시대, 곰에게 책임 묻지 마세요!

코끼리도 마찬가지에요!

by 김정선

김정선 서울시 전문서기관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 북랩)의 저자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애기 곰”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 해, 애기 곰은 너무 귀여워".....

모두가 아는 노래일 것이다.


최근에 언론 등을 통해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가십성 기사가 회자된 적이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 식물원에서 곰 조형물 철거 소동이 벌어졌는데요....

이유는 이랬습니다.


“곰 세 마리 조형물이 저출산을 조장한다.”

화면 캡처 2025-06-23 164733.png

� 곰은 억울하다

먼저 팩트를 하나 짚고 갑시다.


암컷 곰은 평생 평균 5~7회 정도 출산합니다.
보통 2~3년에 한 번, 임신기간은 7∼8개월, 한 번에 1~2마리 정도 낳죠.
많이 낳아봤자 평생 10~14마리. *수명은 15년∼30년.


게다가 아빠 곰은 교미 후 홀연히 사라지고, 육아는 전적으로 엄마 곰의 몫입니다.


2년 가까이 새끼를 돌보며, 또 그동안은 임신도 못 합니다.

성체가 된 새끼 곰은 엄마 곁을 떠납니다.

그러니 ‘곰 세 마리 한 집’은 생물학적으로 오류입니다.
실제로는 “곰 두 마리만 한 집”이 맞습니다.


즉, 아빠 곰은 조형물에 끼기도 민망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저출산 원흉이라니, 곰 입장에선 억울할 법도 합니다.


� 코끼리는 참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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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코끼리 가족은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엄마, 아기, 아빠... 가족이 다 함께 있고, 사진 찍기 딱 좋죠.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코끼리도 아빠는 혼자 삽니다.


코끼리는 어미가 중심이 되는 모계사회라고 하는데요...

수컷은 교미후 떠나고,

어미가 새끼를 낳으면, 같은 처지의 암컷들과 아기들이 집단을 이뤄 생활한다고 하네요....


12살쯤 되면 아들 코끼리는 엄마와 작별하고, 다른 수컷 무리로 떠납니다.

물론 출산력은 곰보다 강합니다.
임신기간 22개월, 4년에 한 번, 평생동안 평균 6~7회 출산. 한번 낳을 때 1마리, 드물게는 두 마리도 낳는다고 하네요^^
수명도 60~70년. 드물게는 100세까지도 삽니다.
그러니 조형물로는 ‘출산 모범 동물’처럼 보일 수 있죠.

하지만 조형물은 어디까지나 조형물입니다.
그러니 오히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 아기 곰도, 아기 코끼리도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왕 조형물을 만들 거라면,
실제 출산 수치와 상관없이 아기들을 더 많이 만들면 어떨까요?


아빠 곰이 안 살든 말든,
코끼리 아빠가 떠났든 말든,
조형물은 상상력의 공간이잖아요?

아기 곰이 셋이라도 좋고, 다섯이면 더 좋고,
코끼리도 아기들이 졸졸 따르는 모습이면 더 귀엽지 않겠어요?

실제로 새끼 코끼리는 하루에 20리터 우유를 마신다고 하니,
모형이니만큼 몇 마리 더 추가해도 사료비 걱정은 없습니다.


� 양들은 묵묵히 오늘도 풀을 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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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테마가든의 양 조형물 가족은 조용합니다.
엄마 양, 아기 양들 몇 마리.
그 누구도 그 가족 구성을 문제 삼지 않습니다.
“왜 아빠 양은 없냐” “출산율이 너무 낮다”는 말도 없고요.

사실 양은 1년에 1~2회, 보통 한 번에 1~2마리씩 새끼를 낳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숫자를 세지 않습니다.
그저 푸근하고 순한 모습에 마음이 평온해질 뿐입니다.

혹시 양은... 말을 안 해서 오해받지 않는 걸까요?
아니면 ‘털’이 많아서 따뜻해 보이는 덕분일까요?


�조형물은 조형물일 뿐

결국 이 모든 조형물은 ‘사실’을 재현하려고 만든 게 아닙니다.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가족, 따뜻한 풍경, 귀여운 상상력을 담은 거죠.
그렇다면 조금 더 자유로워도 되지 않을까요?

아기 곰이 셋 있어도 좋고,
코끼리 가족이 꼭 붙어 있어도 좋고,
양이 열 마리여도 너무 귀엽고요.


� 그래서 말인데요

저출산 시대에 곰에게 책임 묻지 마세요.
곰은 본래 혼자 살았고,
출산도 적당히 했고,
애초에 말도 못 합니다.

그저 조형물 속에서 묵묵히 서 있다가
어느 날 철거당할 뿐이죠.

우리가 진짜로 묻고 싶은 건 곰이 아니라,
아마 우리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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