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궁에게 미안해

드디어 올 것이 왔다

by 소라올가

몇 년 전부터 불규칙적이 되어버린 생리가 어는 날부터는 찾아오지 않았다. 병원 검사결과 의사 선생님이 완경이 되셨네요.라고 하셨다. 아.. 그렇군요. 그렇게 난 그날과 쉽게 이별을 하였다.

병원을 나오며 흰 바지 입은 사람을 보면서 나도 이제 저 흰 바지를 아무 때나 입겠구나 그 생각뿐 아무렇지도 않았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날은 그랬다.


지금 나의 화장대 서랍 안에는 아직 생리대가 뒹굴고 있다. 병원에 다녀 온후 바로 치울까 했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 그대로이다.정리하는 게 쉽지가 않다. 언젠가 그날이 불쑥 찾아올 것 같았고 겉으로는 쿨한 척 어른인 척 의연한 척했을 뿐 나는 아직 늙어가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날은 떠났지만 나는 떠나보내지 못했다.

그날로부터 해방이라고 축배 들며 자축이라도 하고 싶지만 현실은 날개 달린 생리대를 부여잡고 그날을 기다리는 꼬락서니가 되었다. 완경은 여성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그렇게 스스로 달래지만 진심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슬프고 우울하고 아프다. 아무렇지 않기는 개뿔.


규칙적으로 매달 찾아오는 그날이 되면 통증과 불편함에 짜증을 내며 어서 하루빨리 멈추기만을 바랬다. 여행도 그날은 피해야 했고 흰 바지는 말할 것도 없고 밝은 색들 하의는 습관적으로 안 입게 되었다. 특히 무더운 여름이 되면 한두 달 건너뛰는 게 뭐 어때서.. 이찌 이리 꼬박꼬박 찾아오냐며 온갖 타박을 하였다. 그 꼬박꼬박 규칙적으로 하는 생리가 여성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축복받은 것인지 전혀 모르는 바보 멍청이였다.


나는 그 덕에 누구보다도 건강한 여성이었다. 결혼 후에도 어려움 없이 임신을 하였고 쉽게 출산하였다.10개월 동안 젊고 건강한 나의 자궁이 품어준 아들은 2.8kg로 태어나 지금은 22살 건장한 청년이 되었다. 그 청년의 엄마는 갱년기 중년이 되었고 갓 초경을 시작했던 소녀는 이제 완경 된 여성이 되었다. 이제는 말해야 될 것 같다.나의 짜증과 타박에도 늘 그 자리에서 오랜 시간 최선을 다해 존버 해준 나의 자궁 정말 정말 미안했다고.진심으로 고마웠다고 수고 많았다고.그리고 그날이 가고 갱년기가 왔지만 이번엔 내가 최선을 다해 존버하겠다고... 꼭 전하고 싶다.


p.s 자궁의 절친 까칠한 난소에게도 미안함과 고마움이 전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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