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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하마 Jul 29. 2021

하드보일드 한 스토리와 시골생활

- 이상한 나라의 멍청한 사내들

  

                                             <멍청한 사내들이 사라진 뒤의 고요함>


  땡볕이 내리쬐는 오후입니다. 몇몇 사내들이 점심을 먹은 뒤 식후 연초를 즐기며 노가리를 깝니다.   

  “맹식이 그 새끼 죽었다며?”

  “목매서 죽었대.”

  “멍청한 새끼가 죽는 거 하나는 잘했네. 혼자 죽으면 다른 사람한테 폐는 끼치지 않은 거잖아. 걔가 서울에 있어봐. 지하철이나 롯데타워에 불을 확 싸지를 수도 있거든. 옛날부터 걔가 불 하나는 잘 싸질렀잖아. 축사에 불 지른 건만 해도 여러 번 되잖아. 그때 머리에 불이 붙은 소새끼들이 날뛰는 거 볼만 했는데. 꼬랑지에 불이 붙어 뱅글뱅글 도는 놈들도 그렇고.”

  “그 새끼가 미친 이유는 수백까지도 더 돼.”

  “어렸을 때 식초를 한 병 다 마셔서 그렇다며?”

  “락스 아닌가?”

  “언젠가 나한테 십억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걸로 뭘 할 거냐고 물으니까 피자 살 거래. 콤비네이션 피자, 로스트비프 피자, 티본&쉬림프 피자, 블랙 알이오 스테이크 피자, 베이컨 포테이토 피자, 슈퍼 슈프림 피자, 마르게리타 피자, 고르곤졸라 피자를 먹으면서 섹스를 하겠대. 피자 한 판 먹고 나서 한 번 하고, 한 번 하고 나서 피자 한 판 먹고, 또 한 판 먹고 그걸 계속한다는 거지.”

  “십억이면 피자가 몇 판이야?”   

  “그 새낀 피자가 아니라 섹스에 미친 거지. 십억을 다 그렇게 쓰겠다니까.”

  “십억이면 몇 판이나 할까?”

  사내들의 이야기는 어느새 섹스 이야기로 옮겨갔습니다.

  “너 지난 주말에 힐링 주점 걔하고 했지?”

  “죽는 줄 알았다.”

  “좋았구나.”

  “그런 거 아냐.”

  “씨발, 웬만하면 상부상조하자.”

  “아니라니까. 걔 입에서 하도 이상한 소리가 나서 미치는 줄 알았다.”

  “뭔 소리?”

  “음매음매 염소 소리를 내다가 꿀꿀 돼지 소리를 내는 거야. 어떤 때는 하악하악 고양이 소리를 내고. 할 맛이 나겠냐. 거기다 팔뚝에는 숫자 타투를 했더라. 한 때 좋아했던 오빠 전화번호래. 그 오빤 쓰레기 봉지를 뒤집어쓰고 죽었대.”

  “요즘 여자애들은 가능한 뭔가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거 같아. 대신 다른 놈들이 자신한테 쉬지 않고 뭔가 해주기를 바라는 거지.”

  “걔는 죽은 놈한텐 관심 없대. 뭔가 세울 수 있는 남자가 좋대.”

  특별한 종류의 멍청한 사내들의 노가리는 끝없이 이어집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 걸까요? 외로워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섹스가 문화적으로 중요한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낮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주말에 칵테일을 혼자 마시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짐작이 갑니다. 롯데리아에서 일주일 내내 혼자서 햄버거를 먹으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자신을 바스티유 감옥에 너무 오래 가두지 마세요. 어설픈 선지자가 되면 여러 사람이 피곤해집니다.

  안드레아 보첼리가 시원하게 ‘땡벌’이라도 불렀으면 하는 망상이 이글거리는 한낮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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