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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하마 Aug 13. 2021

<세상의 모든 계절 Another Year>3

- 선과 관계로 인화된 행복과 불행의 서사

  3. 선과 관계에 의한 행복과 불행의 서사     


  행복해? 우울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딱 떨어지는 대답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어쩌면 행복이란 건 부르주아적인 개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므로 두 시간 내내 메리의 얼굴 표정을 보는 관객의 마음은 편치 않다. 특히 남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행복을 좇는 메리의 존재 자체가 불행이라는 기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남성중심주의 시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진부한 상황을 만든 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선을 긋고, 관계를 설정해 결코 공유할 수 없는 행복을 통해 불행을 더욱 선명하게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건 분명하다. 직장의 동료이기에 부엌의 식탁까지 스스럼없이 함께 하지만 결코 행복은 공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그렇기에 불행한 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보편적 연민과는 거리가 멀다. 마이크 리에게 불행에 대한 자기 연민이나 감정과잉은 심리적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속도를 높여도 불행은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다른 계절의 삶을 산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불행하게도 불행은 우리의 삶에서 제거할 수 없는 존재이다. 원하지 않지만 가까이 있고, 떨쳐내고 싶지만 떨쳐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연민을 배제하고, 감정 절제를 통해 불행을 선명하고, 냉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수많은 일상과 순간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동네 골목. 폐병환자의 기침소리, 새끼를 낳은 길고양이, 밤새도록 술에 취해 회한을 뱉어내는 노숙자, 여섯번 떨어졌지만 다시 오디션을 준비하는 가수 지망생, 코로나19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피를 토하고 죽은 노인,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늙은 어미의 한숨 소리까지 그 모든 게 우리 이웃이다. LED 가로등 아래서 초췌하게 절망과 슬픔의 표정으로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있는 여인의 표정도 메리와 비슷하기에 낯설지 않다. 연민이 없는 세상은 잔인하지만 연민으로 삶을 기만하는 세상은 더 잔인하다. 외로움과 슬픔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메리의 눈빛은 여전히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그녀를 마주하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이미 충분히 불행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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