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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하마 Sep 09. 2021

라면에서 그녀를 만나다

- 멍든 오후 시간


  라면을 끓이다가 떠오른 네 머릿결 

  꼬불꼬불한 머릿결 

  꼬불꼬불한 머릿결

  언제부턴가 우리도 꼬였지

  관심이라 했지만 구속하려 했고

  기다리라 해놓고 딴청 부렸지 

  어지럽게 꼬인 우리 사이를 생각하면서

  라면 수프를 넣고 면발을 건져 올렸지

  너무 오래 끓였나 뚝뚝 끊어지는 면발 

  슬픔도 끊어졌으면 좋겠네

  사랑에도 레시피가 필요해 

  꼬불꼬불 라면이 웃네

  레시피가 중요해 그걸 기억해 

  실패한 라면은 없어    

  오래 놔두면 끊어지는 게 라면인 거야

  그냥 놔두면 식는 게 사랑인 거야

  노력도 안 하고 어쩔 수 없다는 건 핑계인 거야

  서로한테 집중하지 않으면 강 건너 불구경 같은 관계가 돼

  사랑을 한다면서 사랑을 잃어버렸네 

  돌아오지 않을 그녀를 생각하며 

  라면을 끓이다가 그녀 머릿결 때문에

  잃어버린 사랑을 건져 올렸네

  서글픈 사랑 한 가닥 건져 올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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