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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하마 May 23. 2022

봄날은 간다

- 강원도 양구의 하루 

  지난 주말, 시골 논길을 선거유세 차량이 스피커의 볼륨을 높여 한표 달라고 할 때 면사무소 안에서는 유권자에게 보낼 선거홍보물을 분류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일을 하다가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중입니다. 휴일을 반납하고 선거사무에 동원된 공무원들의 노고가 있기에 나라가 돌아갑니다.  




  지난 4월에 양구에 큰 산불이 났었습니다. 이틀 내내 태우고서야 간신히 진화가 됐죠. 철민이 할머니께서는 산불 나는 곳을 바라보며 당신께서 너무 오래 산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산불에 놀라셨던 거죠. 신록이 우거지는 때 산을 바라보면 흉터가 선명합니다. 네이팜탄을 맞은 것 같기도 하고, 어렸을 때 바리캉으로 머리를 깎았는데 험하게 기계충이 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어야겠죠.  

 



  비닐하우스에서는 아스파라거스를 꺾느라 정신없고, 과수농가에서는 농약을 치느라 땀을 뻘뻘 흘립니다. 강원도 양구는 모내기도 이제 막 끝냈습니다. 농부들은 숨 돌릴 틈조차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기 바쁜데 냇가에서는 왜가리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습니다. 걱정이 없는 천하태평한 아이들입니다. 

     



  동네를 떠도는 길고양이들도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고 무사히 살아남았습니다. 사람 먹을 것 한 숟가락 나눠 고양이에게 줍니다. 기어이 살아남아라. 그리하여 사랑도 하고, 자식도 낳아 번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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