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란하마 Aug 26. 2022

그래도 자살하지는 말자!

  며칠 전 광주의 한 대학 내에서 학생이 건물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했다는 뉴스가 들렸습니다. 그 학생의 기숙사 방에서는 마시지 않은 독극물과 소주, 그리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라고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고 하죠. 부모한테 보호받지 못하고 어린 시절부터 보육원에서 자란 그가 이제 성인이 돼 더 이상 복지관에 머무를 수 없기 때문에 홀로서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가 보육원을 나올 때 받은 700만 원 대부분은 대학 등록금과 기숙사비로 사용했다고 하죠. 더 이상 보육원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불안감과 절망이 얼마나 컸을까 짐작이 갑니다. 


  그가 쪽지에 써서 세상에 남긴 마지막 글,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그 한 문장이 가시처럼 목에 턱 걸렸습니다. 꿈이 있었지만 꿈을 이룰 그 시간이 희망보다는 몇 배 더 고통스러운 두려움과 절망으로 다가온 게 아니었을까 싶어 안타까웠습니다. 누구 하나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은 세상이 그에겐 절벽이었을 겁니다. 촛불을 켜 들고 길을 찾으려고 했지만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어둠만 확인했을 테죠. 이유 자체가 절망이 되는 때가 있습니다. 사랑하지만 사랑받지 못하거나 갖고 싶지만 갖지 못한 이유가 경제적 이유 때문이란 걸 인정해야 할 때, 절망과 좌절을 피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만들어낸 게 아니라 외부로부터 걸린 태클. 그게 추락의 외통수가 되기도 합니다. 

  자살은 목표물로부터 적의를 거둬들여 자신에게로 돌리는 행위입니다. 자신의 시간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고, 생을 지워버리는 거죠. 꿈, 원망, 회한, 후회, 슬픔이 미완인 채로 육신과 함께 사라집니다. 그래서 안타깝고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얼마나 하고 싶은 게 많았을까요? 소개팅을 하고, 놀이공원에서 우드 코스터도 타고 싶었을 겁니다. 영화도 보고, 콘서트도 가고 싶었겠죠. 경포대도 가고, 설악산의 공룡능선도 등반하고, 배낭을 메고 유럽 여행도 하고 싶었을 겁니다. 톨스토이, 무라카미 하루키, 해리포터와 삼국지도 읽고 싶었을 겁니다. 


  작은 불운의 연속, 돌이킬 수 없는 후회, 훈장 같은 건 없는 추락. 누구나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 중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 고통을 겪는 건 인간의 숙명입니다. 때로는 가족임에도 보호하지 않아도 가책이 들지 않는 타인의 관계로 떨어지는 건 흔한 일입니다. 세상에는 또 평균치 이상으로 똑똑한데도 멍청한 짓을 하면서도 당당하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어렵고 힘들수록 자신을 너그럽게 안아주고, 사랑하는 게 필요합니다. 어떻게 태어난 인생입니까? 누가 뭐래도 자신은 소중한 우주입니다. 그 우주를 스스로 파멸시키는 건 누구보다 자신에게 미안해지는 겁니다. 


  삶이 죽음으로 뛰어들면 마침표로 끝나지만 삶이 삶으로 뛰어들면 감동의 느낌표를 찍는 시간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지금도 사는 게 힘들어 숨이 막힐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 기어이, 그리고 마침내 견뎌내셔서 힘들었던 젊은 날들이 자서전의 빛나는 서사로 남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김애란 작가의 '입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