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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하마 Oct 05. 2022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해야 할 일

   사람한텐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며,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을 실제 현실에서 하는 경우는 적죠. 오죽하면 ‘사람이 사는 건 할 수 있는데 하기 싫은 것과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일, 두 가지뿐이다’라는 말이 있을까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그만큼 노력했고, 거기다 행운까지 따라준 거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안타까운 건 젊은이들한테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으면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대답하는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말의 속뜻은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그런 능력도, 기회도 없는 것에 대한 냉소적 답변에 가깝습니다. 거기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남의 시선에 의해 평가절하 되거나 시답지 않은 걸로 치부되는 사회는 병든 사회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거겠죠.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할 수 없는 걸 한다면 그건 기적이겠죠. 기적으로 일상을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만약 있다면 정신병자 거나 천국 같은 곳이겠죠. 문제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어떤 이에겐 그런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공무원 시험에 쉽게 붙는 사람이 있지만 7년씩 매달리고도 번번이 낙방하는 불후의 공시족도 있습니다. 결국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도 능력에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는 할 수 없는 일이 되기도 하죠. 사람이 할 수 일이지만 그걸 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때로 루저라는 낙인을 찍기도 합니다. 그게 카스트 제도처럼 계급이 되기도 하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일반화시키는 건 어떤 사람에게는 폭력이 됩니다. ‘김연아처럼 넌 왜 트리플 액셀은 못하니?’라고 추궁하는 거나 다를 바 없습니다. 할 수 있는 일임에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인정할 때 조금 더 인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야 할 일은 당위에 속합니다. 생활인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이고, 덕목이기도 하죠. 가장은 가족을 먹여 살리고, 학생은 공부를 하며, 직장인은 회사에서 일을 해야 하는 거죠. 어려운 이웃과 상생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인정하는 것도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해야 할 일은 참 재미도 없고, 매력도 없지만 그게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힘입니다. 오늘도 묵묵히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아저씨, 골목을 다니며 청소를 하는 환경미화원, 아침이면 여지없이 셔터를 올리고 김밥과 라면을 주문받는 분식센터 아주머니, 날이 밝기 무섭게 비닐하우스로 달려가는 농부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기에 위태위태한 우리 사는 세상이 그래도 아직은 굴러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지구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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