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er, 꿈꾸는 사람
아주 오래 전, 고대 영어에 drēam이라는 단어가 있었어. “기쁨, 환희, 아름다운 소리” 이라는 의미를 가진 말이었지.
이 단어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즐거움과 음악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소망하는 상태"가 되었어. 잠을 자면서 꾸든, 깨어서 바라든. 그래서 이제 dream은 "꿈"을 의미해. dreamer는 "꿈꾸는 사람"을 의미하고.
기쁨, 환희, 아름다운 소리를 꿈꿔도 돼. 그게 꿈의 본질이니까.
언젠가 너를 기다리는 나 자신이 십 년도 더 된 나무 같다고 글을 남겼었지. 정말 그랬어. 그렇지만 흔들리지 않고 우뚝 서서 비바람을 이겨내는 나무 같지는 않았어. 오히려 네가 오게 될 언덕배기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혹여 나를 못 보고 지나칠까 봐 이 자리를 지키는 조금은 처량한 모습이었지.
그렇게 서 있다 보면 따뜻한 때도 있었어. 너를 향한 기대들이 새순처럼 봉긋 솟았고, 마음은 꽃봉오리처럼 부풀어 올랐지. 어느샌가 나는 상상 속에서 너를 만나고 너와 함께 세상을 경험하고 너를 사랑하는 데에 이르러. 나는 너라는 잎사귀를 가득 단 푸른 나무가 되었고, 네가 지금 당장이라도 올 것만 같았지.
열처럼 들떠 있다가 한 번, 두 번, 여러 번을 아무 소식 없이 보내고 나면 스산한 바람이 마음을 긋고 지나갔어. 내가 혼자 그렸던 네 모습들은 점점 색이 바래고 떨어졌어. 몇 번은 울었어. 날 위한 충고들은 나를 위한 말들이었지만 쓰렸어. 친구의 행복을 마음껏 축하할 수 없었어. 무감해지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어. 뭐든 여러 번 하면 이력이 난다고 울음도, 너에 대한 생각도 삼켜서 저 아래 있는 듯 없는 듯 마음 깊은 곳으로 보낼 줄 알게 됐어. 올 때 되면 오겠지, 아니 그것조차 기대하지 말아야지 거듭 다짐하면서. 바싹해진 가지처럼.
복잡다단한 마음들이 쉬지 않고 차례대로 오고 가면서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어느 날, 네가 왔어. 기억나는 건 네가 정말로 올 것 같다고 친구에게 이야기했던 날 하늘 색깔이 유난히 파랬고 양털구름이 굉장히 보송해 보였다는 거야. 너는 보내신 분의 약속대로 오고 있었는데 나만 '언제 오나' 일어났다 앉았다 했지. 네가 언제 어디쯤 오는지 몰라서 길을 알려줄 수도 준비할 수도 없었는데 이렇게 와 준 걸 보니 왜 모두들 그분만 하시는 일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아. 말라버린 가지 사이로 바람이 시리던 시절 조그만 소리로 '우리 봄에 만났으면...' 했던 소망도 이루어지니 꿈이 아닌가 싶어.
꿈처럼, 그렇지만 진짜로 와준 나의 아이야, 고마워. 나는 앞으로도 너의 나무가 되어줄 거야. 그네도 매달아 놀고, 열매도 먹고, 그늘에서 한숨 잠자고, 언제든 기대어 쉬어. 항상 널 위해 이 자리에 있을게.
정말이지, 와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