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Wonderful, 경이로운

by 참읽기
Wonder는 옛날 영어 wundor에서 온 단어래.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현상이나 존재"를 뜻하는 거야.

그냥 "우와!" 하는 것을 넘어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담긴 감탄이지.
"해는 왜 뜨고 지는 걸까?"
"우리는 왜 살아있는가?"
같은 질문도 경이로움, wonder로부터 시작된 거야. 내가 살아가는 삶 하나하나를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게 해 주지. Wonder가 가득한 상태를 wonderful이라고 부른단다.


100일 하고도 보름이 되었어. 100일에 맞춰서 에게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네가 나를 엄마로 인식한 후 그럴 짬이 정말 없었어.



의사 선생님이 아직 얼굴을 가리는 시기가 아닐 거라 했는데, 너는 나를 무엇으로 구분했을까? 목소리일까, 냄새일까, 안아주는 팔의 살집과 각도일까? 아무튼 100일경에 너는 내 품 아닌 곳에서는 그렇게 서럽게 울었어. 특히 졸릴 때는 더 심해서 너를 안고 있는 사람한테 내가 다 미안해질 정도였다니까.


왜 나만 찾는 걸까. 나도 좀 쉬고 싶은데. 하지만 동시에 뿌듯했어. 너에게 나는 대체 불가능한 단 한 사람이니까. 너를 키우면서 네가 성장할 때면, 매 번 이런 류의 양가감정을 경험하고 있어.


100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병원과 조리원이라는, 새로운 초반 경험이 있었지. 그 이후엔 줄곧 집에서 수유, 트림, 놀이, 재우기의 끊임없는 반복이었어. 너를 들여다보면 새록새록 신기했지만 동시에 무료했어. 순간순간 행복했지만 답답하기도 했고. 군가가 내게 '지극한 사랑과 낯선 우울감이 섞여 혼란스러운 시기' 일 거라 했는데 정말 딱 맞았어.



그 반복 속에 100일이 지났. 지나고 보니 참으로 경이로워. 나도 수많은 100일이라는 시간을 보내었을진대, 네가 보낸 것만큼 보람찬 100일었던 적이 없어. 손발이 커지고, 팔다리가 길어지고, 볼과 배가 통통해졌지. 흐물거리던 몸을 힘 있게 움직이고 목을 꼿꼿이 세워. 앉기까지 해. 그저 작은 생명체 같던 너는 이제 꼬마인간이 되어서 눈을 마주치고 웃어. 심지어 말하듯이 소리를 내.



우리는 너의 100일을 축하하기로 했어. 100일 당일엔 집에서 간단하게 상을 차려 사진을 찍었어. 너는 아가용 의자에 다른 날보다 훨씬 오래 앉아야 했고, 눈앞에서 재롱떠는 어른들을 보아야 했어. 이 상황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정신없었을 거야. 사진을 다 찍자마자 너는 기절하듯 잠이 들었어. 곤히 자고 있는 네 옆에 누워 가슴에 손을 얹었어.



너의 심장 박동이 느껴졌어. 콩콩콩콩콩콩콩콩... 나보다 훨씬 빠르게 뛰어. 내가 100미터를 전속력으로 달리고 난 후 심장 소리보다 더 빠른 것 같아.


아, 너는 100일 동안 이렇게 전력을 다해서 달려왔구나.


'100일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거든. 물론 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뛰어다니거나, 또박또박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100일이 지나면 너도 뭔가 변할 거라고 은근히 기대했나 봐. 네가 갑자기 통잠을 자거나, 내가 갑자기 여유로워지거나. 하지만 100일이 와도 달라진 건 없었어. 너는 여전히 내 품을 찾아 울었고, 나는 여전히 피곤했어.


그런데 네 심장 소리를 들으며 깨달았지.


나는 졸며 젖을 먹였던 새벽에, 너는 땀을 흘리며 온 힘을 다해 빨았어. 트림하라고 몸을 세워 두었지만 세워지지 않는 허리와 목을 버텨보려고 안간힘을 썼고, 걸러지지 못한 온갖 소리와 빛 자극을 그대로 감내하며 피곤해했어. 잠이 들어가는 느낌이 두려워 울며 울며 겨우 잠이 들었지. 100일 내내 전력을 다했는데도 그 작은 심장은 여전히 콩콩콩콩 잘 뛰고 있어.


100일의 기적이란, 100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전력을 다해 살아낸 것. 그 자체였어.


아침부터 네가 내게 안겨 자. 숨을 색색거리고, 팔다리는 꼬물거리고, 심장은 콩콩콩콩 뛰어. 자리 잡은 걸 보니 아마도 내 심장소리를 들으며 자는 것 같아.


요즘 네 머리카락이 꽤 빠져. 목욕시킬 때면 보드라운 머리카락들이 둥실둥실 떠다녀. 내 머리카락도 수도 없이 빠지고 있어. 내 몸이 더 이상 너를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 호르몬이 다해서 머리가 빠지는 거래. 코끝이 찡하게 섭섭해. 자궁 속에서 엄마가 너이고, 네가 엄마였던 때를 점점 잊어가겠지. 나도 내 엄마의 자궁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동시에 경이로워. 자궁의 시간이 다해서 마침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지. 네가 내 몸 밖으로 나왔기에, 이제 우린 눈을 마주치고 웃을 수 있어. 내가 너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고, 네가 내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지금, 너는 내 품에서 자고 있어. 그래, 내가 네 엄마고, 네가 내 딸이지. 참말로 기적이다.


콩콩콩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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