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잠

Steadfast, 자리에 단단히 고정된

by 참읽기


Steady는 "서 있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stede'라는 단어에서 왔어. 그냥 서 있는 게 아니라 "흔들리지 않다"는 뜻이야. 그리고 여기에 fast "단단히 고정된" 이라는 의미가 더해진 Steadfast는 그 자리를 절대 떠나지 않겠다는 의지까지 담겨 있지.


엄마가 된다는 건, 매일 자리에 단단히 고정되는 연습인 것 같아. 흔들리고 싶어도 흔들릴 수 없는 밤들을 보내면서 배우는 것 같아. 오늘도 그래. 불금이야. 사람들은 흥겨운 모임을 갖거나 영화 한 편을 시작하겠지. 여덟 시 반, 나는 자는 너를 바라봐.


초저녁부터 네가 자고 있어.


위층에서 무슨 공사를 하는지 하도 뚜드려대는 통에 낮잠시간에 너는 엄청 졸린 눈을 감았다 떴다 감았다 떴다 하더니 결국 깨버렸어. 다음번 젖을 먹고 놀고 목욕하고 목욕 후 잠시 젖 먹는 동안 다시 잠들더니만 여태 자. 그러니까 평소보다 너무 일찍 긴 잠을 자고 있어.


생후 한 달 때는 너를 재우고 나면 알람을 맞췄어. 세 시간 후 알람이 울리면 벌떡 일어나 네게로 달려갔지. 네 옆에 쪼그려 앉아 네 배에 손을 얹고, 코에 귀 대고, 손 들었다 놓았어. 괜찮아, 살아있어. 그제야 다시 잠자리에 들었어. 의사 선생님이 수유 간격이 네 시간 넘으면 아기가 지쳐서 축 늘어질 수 있다고 했거든.


지금도 네가 이렇게 이른 시간에 자는 시간이 길어지면 불안해. 하지만 이제는 좀 다른 의미로 그래. 네가 원래 자는 시간에 자야 나도 푹 자는데, 이렇게 일찍부터 자면 내가 한참 자고 있을 때 네가 깰까 봐 그래. 시간이 흘러 네 걱정보다 내 걱정이 앞서는 게 웃기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실상은 내 걱정이 아니야. 내일의 우리를 걱정하는 거더라. 오늘 내가 푹 못 자면 내일 너를 안아주기 힘들어하고, 받아주기 지쳐하고, 웃어주지 못할까 봐. 내가 흔들리면 네가 기댈 곳이 없어지니까.



어느 날 저녁 너를 재우고 욕실에 들어갔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봤어. 머리는 헝클어지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온몸은 땀 범벅. 마치 운동회 하고 난 듯이. 차라리 운동회라면 하루를 모조리 바칠 수 있을 것 같아. 100m, 400m 마음껏 달릴 거야. 이어달리기도 나가고, 공도 굴리고, 이인삼각도 하고, 줄도 당기고, 목청껏 응원도 할 거야. 운동회 끝나고 다 같이 회식도 할 거야.


왜냐하면 운동회 다음 날은 쉬니까.


그런데 너를 키우는 건 달라. 오늘이 운동회라면, 내일은 야유회고, 모레는 육상선수권이고, 글피는 마라톤 대회야. 끝이 없어. 하루에 다 쏟아부으면 다음날 너에게 줄 에너지가 없어. 마음에는 사랑이 흘러넘쳐도 몸에 에너지가 없으면 그 사랑을 보낼 방법이 없더라. 네가 안기려 해도 팔이 무겁고, 네가 웃어도 억지로 웃게 돼. 바싹 메마른 시간을 보내더라고. 그런 날 저녁엔 어김없이 후회가 밀려와.



그래서 불금이지만, 아홉 시도 안 되어 정신이 말짱하지만, 아직 침대에 파묻히고 싶은 상태가 아니지만, 나는 잠자리에 들어. 나와 지내는 오늘보다 너와 보낼 내일을 준비하면서, 네가 언제 깰지 몰라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오늘 지쳐도, 내일 또 흔들리지 않고 네 곁에 서 있기 위해서. 단단히 고정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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